처음인 날의 기록

마음이 쉴 시간

by 행화당


남편은 출산과 동시에 발령받은 부서에서

밤낮없이 바빴다.

아이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출근하기가 부지기수였다.


나는

낮에는 육아,

아이가 잠들면 일을 했다.


그냥 해나갔다.

‘할 수 있다, 없다’를 판단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참고 참다보니 괜찮은 줄 알았다.


묵묵히 해 내다보면 괜찮아 질 것이라 생각했다.


회사생활이 어떤지 알기에 남편에게 힘들다고 투정하지 못했다.

그의 짐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더 얹어주기는 싫었다.


아침마다 새벽같이 일어나 젖병을 씻어주는 남편에게,

출근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내가 정말 견딜 수 없이 아플 땐 남편이 휴가를 냈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한 시간 휴가를 내주는 남편에게 감사했다.



나는 밤11시까지 일하고도

새벽마다 깨는 아이를 돌보았다.

아이가 이른 아침 기상하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이를 돌보았다.

병원에 가있는 시간동안에도 계속해서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고,

남편이 회사에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질까 전전긍긍했다.


종종 아이가 잘 때 눈을 붙일 수도 있었지만

아이가 언제 깰지 몰라 제대로 한시도 편하지 못했다.

나는 늘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가정을 위해 살아나갔다.


출산 후 9개월,

한계에 맞닥뜨렸다.


나는 앞으로도 이 일상을 반복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걸 헤쳐나갈 수 있을까.

우울감이 몰려왔다.

막막했다.


힘들다고 목놓아 외쳤다.

나를 좀 봐달라고, 나 안되겠다고


그것만으로도

내 외로움이 옅어졌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만으로도

회복이 시작되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마음의 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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