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날의 기록

축복

by 행화당


“엄마는 그저 너희가 예뻤지. 너무 예뻤어.”


왜 아이를 낳았냐는 내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이었다.

엄마에게 아이를 왜 낳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 했다.

그때의 아이들이 얼마나 예뻤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에 대한 것만 얘기했다.


햇살이 스미는 창가에 기대 반짝이는 엄마의 표정을 보면서

‘아, 나도 아이를 낳아야겠다.’하고 생각했다.


단순했다.

아마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인생의 한 챕터로서 내 무의식 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시간이 지나 아이를 가졌다.

입덧이 심했지만, 일을 병행하며 버겁기도 했지만,

나는 부푼 기대로 가득 차있었다.


볼록한 배를 쓰다듬으며

흐뭇한 시선들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출산.


엄마에게 얘기했다.

“엄마, 왜 이렇게 힘들다고 얘기 안했어?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었잖아.”


엄마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다 모르고 하는 거야. 알면 못하지~”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웃어 보일 수 있었을까.


엄마도 나와 같은 시절을 살아갔겠지

아니, 어쩌면 아니, 확실히 더욱 힘들었으리라.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를 안고, 아이의 먹을 것을 준비하며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픈 것 마냥 마음아파 눈물 흘렸겠지.

그 어리고 여린 심신이 얼마나 담금질을 당했을지.


하지만 엄마는 내 앞에서 울지 않았다.

그녀는 그 힘듦은 흔적만은 남겨둔 채

나에 대한 사랑만을 크게도 남겼다.


지금의 나는 겨우 영유아기를 지나치고 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어슴푸레 알 것 같다.


엄마가 웃을 수 있는 이유를.


‘내 모든 것을 내놓아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이 권태로운 표현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내 두 아이.


이들을 보며 느끼는 내 기쁨.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이 환희.


이 벅참 속에

내 힘듦은 하루하루 미미해질 뿐.


기억은 희미해지고 흩어지지만

감정은 또렷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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