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날의 기록

나로서의 삶을 찾다

by 행화당

어느 날

남편한테 얘기한 적이 있다.


“당신은 애를 남에게 맡기고 출근해도 아무 욕도 듣지 않지만

나는 애를 돌보지 않으면 욕을 듣는다고, 결국 육아는 엄마의 몫인 거야”


“집안도 지저분하면 남편 욕하나? 부인 욕하지, 이집 여자는 청소도 안하는구나하고 ”


내 눈치 빠른 남편은 “그렇지,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엄마라는 이름은 무겁다.

첫째만 키울 때는 나도 일을 병행했다.

힘들었지만 내 할 일이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둘째를 가지며 일은 그만두었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했다.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을 스스로 초조해했고

저녁마다 남편에게 나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쫑알쫑알 떠들었다.

나의 남편은 그런 나를 대견해하며

뭐든지 나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또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면 아이들이 아프거나

중요한 행사가 생겼고, 남편이 바빴다.


삶은 길고 긺을 알면서도

젊은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

그것이 애가 탔다.


‘나도 뭔가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과욕인 것만 같았다.


아이의 곁은 지키는 것은 내 몫이었고,

엄마는 결국 자신을 뒤로 미뤘다.


하지만 이 모든 엄마로서의 짐은

결국 내가 스스로 짊어진 것이기도 하다.

도우미를 쓸 수도, 부모님께 부탁할 수도 있음에도

나보다는 아이들이 우선이기에

내가 아이의 곁을 지키고자 스스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 것이다.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임을 다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1.하루에 20분 영어공부

2.하루에 글 다섯줄 쓰기

3.하루에 열장 책읽기


‘꾸준히’ 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니

‘나’라는 사람이 보였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장편 소설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가끔은 집안일도 내팽개치고 두세 시간씩 글을 읽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먼 훗날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과 육아에 관련된 에세이를 쓰고 있다.


아이의 삶을 돌보는 동안에도

내 삶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육아하는 삶도 내 성장의 일부분이지만

나라는 사람으로서의 성장,

그것을 찾아야 한다.


육아도 힘든데 어떻게 하냐고 물으신다면

자신의 성장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엄마로서의 나의 역할을 지치지 않고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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