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빚과 병원비로 인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생각조차 못하고,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 파트너 변호사 승진을 목표로 살인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는 사건을 맡게 된다.
80세 노인을 비닐로 씌여 죽게 해 피의자로 지목된 미란은 자살하려는 노인을 제지하려던 것이었다고 결백만을 호소한다. 검사 희중과 변호사 순호는 이 사건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지만, 변호사측의 설득력 있는 반박으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다. 그러나 뒤늦게 변호사 순호가 미란의 가정형편과 노인의 재산관계가 얽힌 살인교사 사건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변호사가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소녀 지우를 찾아 나서면서 오히려 검사처럼 되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된다.
지우의 유일한 친구인 신혜는 웃는 얼굴로 지우를 괴롭히고, 지우의 엄마는 성난 얼굴로 지우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우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검사 희중과 변호사 순호에게 도통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겁니까?'', ''당신은..좋은 사람입니까?''라며 반문하는 지우가 자신의 틀 안에서 나오려 하지 않자, 그들이 점점 지우의 세계로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지우의 눈높이를 맞추며 지우와 거리를 좁히기 시작하자, 언제나 남을 돕고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지우는 결국 증인으로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런데 변호사 순호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부터 지우를 구해주면서 좋은 일을 하지만, 반면에 자신의 승진과 승소를 위해 결국 지우를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한 자신이 '좋은 사람이 맞나?'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런 고민 끝에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기로 한 순호는 미란의 편이 아닌, 검사측에서 유리한 반대심문을 하면서 살인죄 유죄선고 결과를 이끌어 낸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서로를 치유하는 감동적이고 '착한' 영화를 고집해 온 이한 감독, 그는 언제나 '사회에 속해 있지만,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40대에도 변치않은 외모로 진심어린 따뜻한 변호사 역할을 맡은, 의식있는 배우 정우성씨, 그동안 흥행작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는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말투, 억양, 표정, 행동까지 자폐아 연기를 과하지 않게 완벽하게 소화해낸 김향기씨, 정말 사랑스럽고 호감간다. 반전있는 두 얼굴의 연기를 소름돋게 보여준 염혜란씨, 푸근한 지우 어머니로서 진정한 눈물 연기를 보여준 장영남씨 등등 모두 멋진 연기였다.
배우들의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리얼하게 살려 더욱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고, 행동보다는 순수한 감정선에 더욱 집중하게 했다. 마지막 법정씬에서는 서로 헐뜯고 비판하는 차가운 법정 보다는 진실된 눈빛과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법정을 그려냈다.
영화 속 장면장면마다 은근히 여운이 남는 대사들이 많이 있었다.
- 자폐아 지우 : ''나는 정신병자 입니까?'' ''엄마 난 변호사가 되고 싶어, 근데 자폐아라서 될 수 없겠지?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겠지? 증인이 되어서 진실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 변호사 순호 : ''변호사도 사람입니다!''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이 모두 열등한 것은 아니다.''
- 순호 아버지 : ''너 자신을 사랑하면 좋겠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 지우 어머니 : ''한번도 지우가 자폐아가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 :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적당히 때가 묻어 있어야 해~!''
따뜻하고 감동적이면서도 사이사이 웃음을 준 영화. 관객평 중에 '놀라운 연기력! 깊은 몰입감! 따뜻한 감동!'이라는 문구 모두를 영화보면서 정확히 확인했다. 결말 부분에서는 지우가 순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순호에게 달려와 와락 안기면서 건넨 한마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에 순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힐 때 그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지우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우리들에게 물어본다. ''당신은..좋은 사람입니까..?''
* 우연히 영화 상영 전 정우성씨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다들 실물에 놀라는 이유를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