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에서 만난 나

싸이월드 사진첩 복원

by 서원경 변호사

싸이월드의 사진첩이 복원됐다. 페이스북이 유행하기 오래 전부터 전 국민이 사랑했던 싸이월드. 2,000년대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SNS로, 그 당시 '사이' 좋은 친구들과 교류하며 4월 2일에는 '싸이(42)데이'를 보냈던 기억도 있다. 싸이월드를 처음 접했을 때 미니홈피, 일촌, 도토리, 미니룸, 파도타기, BGM이라는 서비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획기적인 SNS라고 생각했었다. 시대를 앞서간 서비스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를 재개한 싸이월드에 로그인해봤다. 싸이월드와 만난 지 7,175일째라는 메세지가 뜬다. 20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한 느낌이다. 주로 싸이월드에는 나의 20대 기록들이, 페북에는 나의 30대 기록들이 담겨 있다. 나에게 싸이월드가 첫사랑이라면, 현재 기준으로 페북이 끝사랑이다.

싸이월드에는 오래 전 나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거의 개인 소장 앨범용으로 활용하던 사진첩에는 과거의 사람들과 장소들, 모습들이 생생하게 복원되어 있었다. '일촌에서 헤어진 연인 또는 인맥에 대한 확인을 하시고 체크 및 해제하셔야 난감한 상황이 안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라는 권고사항을 읽고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일촌 리스트를 보니 기억도 가물가물한 이름들과 지나간 인연들도 많았다. 문득 그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 하면서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싸이월드 덕분에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가는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었다.

+ 과거와의 비교: 과거 사진인데도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사진도 많았다. 그리고 한국인스럽지 않고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진도 꽤 있다. 사진마다 꼭 다른 사람 같아 보이기도.
+ 헤어스타일: 긴 머리와 단발머리가 어울리던 시대가 따로 있었다. 20대 초반에는 긴 머리, 20대 후반에는 단발머리. 여행지에서 삐삐머리를 한 사진은 희귀하다.
+ 표정: 그때나 지금이나 사진 찍을 때 웃는 모습이 똑같다. 입이 큰 편이고 표정이 다양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릴수록 순진하고 착해 보이긴 한다(그동안 세상 풍파로 많이 변했네ㅎㅎ). 다만, 유치원 졸업 사진에서는 사회에 불만이 많았는지 뚱한 표정이다.
+ 지적 능력(?): 고등학교 졸업식 날에 가장 똑똑해(?) 보인다. 집중력이 높아 보임.
+ 포즈: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왼손을 들거나 왼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포즈를 좋아한다.
+ 사진 유형: 셀카가 유행이던 시절에 찍은 사진들은 내 얼굴이 사진의 2/3를 차지한다. 부담스럽다.
+ 추억 소환: 내가 사용하던 2G폰을 남겨둘걸 그랬다. 지금 보니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만한 폰이다. 그리고 어쩌다가 미스코리아 대회를 참관한 적이 있었네.
+ 가족과 함께: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내 얼굴이 엄마를 닮은 듯, 안 닮은 듯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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