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사랑 아니에요(feat. 가을방학)
한때 즐겨 듣던 노래가 있다.
“취미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그 노래는 <가을방학>이라는 인디밴드(라고 해도 될라나 모르겠다)의 곡인데 제목도 제목이지만 가사도 상당히 흥미롭다. <가을방학>의 다른 노래도 이 노래만큼 다소 엉뚱하기도 하고 잔잔하지만 여운이 남는다.
이것저것 만들기를 포함해 꽤나 많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 요즘 꾸준히 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필사”다. 10년넘게 오래도록 해오고 있는 이 취미는 마음을 다스리는데 좋을뿐만 아니라 글쓰기 연습에도 도움이 되기에 일석이조 혹은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얼마 전까지는 시나 읽은 책 중에 좋은 문장들의 일부분만 필사하다가 최근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전체를 필사 중이다.
조울증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내게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영향을 미친 것이 그리스 철학, 그것도 스토아 철학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황제이자 동시에 훌륭한 철학자였다. <명상록>은 원래 그가 스스로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적은 책으로 원제 또한 “너 자신에게”이다. 때문에 현란한 수사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거의 없다. 단순 명료하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이나 실천해야 하는 것들을 적었기에 이해하기 쉽고 마음에 깊이 남는다.
하루의 시작, 혹은 마감하는 시간에 <명상록>을 필사하다보면 정말로 “명상”하는 기분이 든다. 엉망인 날 뿐만 아니라 신났던 하루도 필사를 하다보면 차분히 오늘을 돌아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생의 유한함, 인간의 한계,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등에 대한 글을 읽고 생각하고 필사하면서 그 내용을 나에게 적용시켜보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한다.
오늘 쓴 부분 중에 “공동선”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내용이 있다. 대체로 스토아 철학자들은 공동선,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다. 하지만 공동선과 관련이 없을 경우 개인의 자유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공동선-이것을 전체의 이익이라고 한다면-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전체주의로 발전할 위험이 있고, 개인의 자유만 강조한다면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변질되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빠질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양자의 균형을 잡으라고 권한다. 개인의 자유는 소중하고 보장되어야 하며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유가 공동선을 망가뜨리고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면 마땅히 제한되어야 한다. 아우렐리우스가 다른 곳에서 강조하듯 우리는 이성을 서로 나누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족”이며 따라서 우리는 서로를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다. 아우렐리우스가 말하는 공동선은 단순히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위해 헌신하고 책임을 지고 의무를 다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공동체의 이익과 관련시킬 수 없을 경우에는 남들을 생각하느라 네 여생을 허비하지 마라. (...) 따라서 너는 생각의 고리에서 목적이 없는 것과 무익한 것을, 특히 지나친 호기심과 악의를 피해야 한다.”
최근에 유명인들의 자살을 보면서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더 와 닿는다. 왜 우리는 우리의 삶과 무관한, 우리 자신의 성장과 성숙에 하등 관계 없는 일들에 흥미를 보이고 간섭하며 열을 올리다 악의를 표출하는가. 그런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시간을 들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세상사에 너무 무관심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