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이 부족해서,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습관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by Argo

웬디 우드, <해빗> 서평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미드 <뉴스룸>에서 나오는 이 대사는 우리에게 올바른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살펴보기보다는 당장의 해결에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문제를 반복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이라는 책의 제목은 이것만 놓고 보면 여느 자기 계발서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자기 계발서처럼 몇 가지 ‘쉽고 간단한’ 방법들을 제시해주기를 바라며 첫 페이지를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수십 년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습관’에 대해 설명하면서 습관을 설계하는 법칙뿐만 아니라 습관이 무엇인지, 그 작동 방식은 어떠하며 한 개인의 인생과 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각종 연구를 토대로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단순히 어떤 법칙을 알려주어 당장 문제를 해결하라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우리는 왜 실패할까? 내가 말한 ‘실패’에는 단순히 직업적 실패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친 여러 실패를 의미한다. 작게는 운동하는 습관을 갖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해 인간관계, 직업 선택, 중독에서의 해방, 이외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시도의 좌절을 말하는 것이다.


대다수, 아니 절대 다수의 책에서는 개인의 의지력과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성공한 몇몇 사람들의 사례를 과대포장해 “노력만능주의”를 전파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현혹되어 수많은 계획을 세우고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좌절감을 느끼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노오력이, 의지력이 부족해서 계속 실패하는 것일까?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노력과 의지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검증할 시간이 온 것이다.


저자는 습관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우리의 착각을 일깨워줌으로써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력을 과신하고 의식의 힘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실패를 경험하면 그것은 노력이나 의지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의지력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으며 인간 내면의 충동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우리를,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습관’이며 우리가 어떤 습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부에서 습관이 왜 중요하고 그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면 우리가 손꼽아 기다렸던 습관을 설계하는 방법이 등장한다. 5가지 법칙을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신의 습관이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 그 습관이 어떤 상황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습관이 작동하는 과정을 바꿔야 한다. 습관은 상황에 좌우된다. 시간과 장소, 사람 등 여러 상황을 바꾸면 습관은 그 힘을 잃어버리기 쉽다. 또한 여기에 습관을 촉진시키거나 감소시킬 요소들-책에서는 “마찰력”이라고 부른다-과 보상을 더 해주면 습관 설계를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끝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습관이 될 때까지, 즉 보상을 바라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지속할 때까지 반복하면 새로운 습관이 형성된다.


성공과 실패가 개인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는 우리의 옛 믿음처럼 습관이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는 ‘습관의 사회화’에 대해 다루면서 습관이 단지 개인의 변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마케팅의 성공 여부, 더 나아가 정책의 성공 여부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습관이 안정성과 익숙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 있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정책이 이런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읽기 전에는 습관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저자가 심리학자이기에-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읽으면서 단지 심리학 뿐만 아니라 뇌과학, 경영학, 사회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관점에서 습관을 바라본 저자의 식견에 감탄했다. 이를테면 습관의 ‘해부학’이랄까. 습관이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무엇에 영향을 받으며 각기 다른 요소들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일상적인 습관-운동하기, 좋은 음식 먹기 등-뿐만 아니라 중독을 비롯하여 인간관계 등 다양한 얼굴을 한 습관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우리가 습관을 선택하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선택하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우리가 선택한 습관에 달려있다. 우리는 습관에 지배-조금 양보하면 강한 영향-를 받지만 동시에 우리가 습관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습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래서 그것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파악하고 틈틈이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 습관은 우리의 동반자로서 셀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적절한 일을 함께하는 공모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선천적으로 자제력이 강한 25%가 아니라 그렇지 못한 75%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온 저자에게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전한다. 만약 저자가 25%에 집중했다면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노오력하다 치져서 스스로를 비난하다가 눈을 감았을테니까.


+책을 읽다가 <완벽한 식사법>과 <딥워크>가 생각났다. 인간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고 스마트폰이 인생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알려주는 책들인데, 이 두 권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인상 깊은 문장들

우리는 매 순간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무엇을 어떻게 인식할지는 이성이 아닌 우리의 습관이 결정한다.
상황이 변하면 습관과 의사결정 간의 균형이 깨진다. 이 혼란은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인생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가치관과 관심사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이끈다. (...) 변화의 혼란을 이해함으로써 당신은 좋은 습관을 보호할 수 있고 나쁜 습관은 축출할 수 있다.
습관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인생을 구원하는 습관도, 파멸시키는 습관도 모두 우리의 선택에서 비롯한다.
많은 사람들이 헛된 목표와 동기를 세운 뒤 자신을 착취하며 침몰하고 있다. 실현할 수 없는 과제를 수립해놓고 그 목표 지점과 점점 멀어지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좌절하다 눈물을 흘린다. 자기혐오에 빠져 보잘것없는 능력과 인내심을 자책하며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길을 택한다. (...) 꿈꾸던 삶과 실제 삶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는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