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정치적인 글입니다
***글쓴이는 특정 정당과 진영을 지지하지 않음을 미리 밝힙니다.
브런치에 쓴 글 대다수가 조울증이나 문학 등 비정치적인 내용이다.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그래도 투표와 선거는 합니다-사람이기도 하고 작가(지망생이지만)는 현실참여-공모씨처럼 SNS에 글을 올린다든지-보다 글을 써야하고 정치에 대한 것도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할많하않의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오늘 마스크를 구매하면서, 마스크를 '겨우' 구매한 것에 기분이 좋은 나를 발견하면서 한편으로는 분노를 느꼈다. 그러면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차하면 정당 가입도 불사(?)할 예정이다.
나는 대놓고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이 전염병, 이른바 판데믹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가 수능을 보던 해에 있었던 신종플루를 비롯하여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박 전 대통령 시절의 메르스까지. 우리는 이런 전염병이 얼마나 치명적이며 일상 생활을 비롯해 국가적인 피해를 양산하는지 충분히 경험했다. 즉, 우리는 이런 전염병에 대해 대비되어 있어야 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각종 바이러스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거라고 한다. 바이러스에 관한 소설을 집필하고자 여러 책을 읽었는데 한결 같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학자들이 있었을 정도니까.
어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작은 사건과 징후들이 있다는, 1: 29: 300의 법칙으로도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전의 경험을 통해 언젠가, 그것도 가까운 미래에 전염병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학습했고 이것이 단발성이 아니라 반복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인근 국가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우리나라에 발생할 것도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지구촌이라는, 전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시대에 전염병의 광범위한 전파를 예상하지 못할 수는 없으니까. 그것도 아주 가까운 나라, 상호간 교류가 많은 나라에서의 전파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1)
그러므로 정부는 중국에서의 코로나 발생 당시에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괜찮다,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같은 희망적인 말을 하기보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그런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십시오 이래야 했다는 거다. 과도한 공포 조장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되지만 전염병이라는, 예측불가능하고 치명적인 위험 앞에서는 과잉대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조치를 통해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게 맞다. 군에서 말하는 선제
그런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나. '고작' 마스크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지금의 이런 마스크 대란 사태를 야기했다. 대만은 확진자가 생기자마자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고 자국민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수출 제한은 뒷전이고 자국의 마스크가 타국에 넘쳐나도록 방임했다. 자국민은 못사고 외국인들은 마음껏 구매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2)(3)
첫 확진자가 국내에 발생했을 때부터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고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며 병상 확보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면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을까? 나는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신천지라는, 초대형 변수를 제외하고 최소한 이런 조치들을 취했다면 지금처럼 수천명의 사람들이 감염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은 적었을 것이다. 적어도 국민들은 정부를 비판하거나 작금의 현실에 대해 좌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대비를 했지만 전염병의 불가항력적인 위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을테니.
하지만 지금의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혹자는 마스크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가 다른 것 -예를 들어 집값을 비롯한 경제 등 더 큰 무언가- 들을 관리할 수 있겠냐며 비판한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맞는 지 의문이다.
우리는 과거의 뼈아픈 경험으로 인해 무능한 정부, 무책임한 정부에 대해 알고 있다. 북한군이 물밀듯 남하하는데도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라고 방송했던 정부. 정작 자기들은 도망가기 바빴으면서 국민들에게는 괜찮다고 말했던 정부.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라는 말을 남발했으나 실제로는 대전으로 부산으로 피난하기 바빴던 정부를 말이다.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조와 선조라는 역대급 무능한 왕도 있고.
조국 사태를 비롯하여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정부, 국가의 존재 이유와 진보 진보 진영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10대 후반에 열성 진보주의자였던 나는 진보적 가치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진보 진영이 외쳤던 구호들이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믿었다. 그들은 다를 거라고, 그들이 비판하는 세력과는 다른 모습일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 조국 사태로 인해 드러난 민낯은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철저히 배신당했으며 그들 또한 기득권과 다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여기에 북한에 대한 일관적이고 일방적인 진보 진영의 태도 또한 진보에 대한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이 일으킨 전쟁에 의해 학도병으로 참전한 할아버지의 손자인 나로서는 북한 친화적인 대응을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의 사죄-최소한 사과-가 있지 않는 한 북한과의 어떠한 협력도 있을 수 없다. 나에게 적대적인 의도를 보이고 총부리를 겨누는 상대가 적이 아니면 누가 적이란 말인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즈음, 우리는 "이게 나라냐"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 말이 이번 정권에서는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도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서 내가 이번 정권에 너무 큰 기대를 했나, 실제로는 무능한 사람들을 상대적으로-그래도 유능한 지는 모르겠다-유능하다고 생각한 건가 싶다. 애초에 우리나라가 근현대사에서 길이길이 기억될 만큼 유능하고 칭송받을 지도자를 가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작금의 상황 속에서 보여지는 명백한 무능 앞에서 우리는 언제쯤 정치인이 가장 존경받는 나라가 될 지 한숨이 나온다.(4)
(1)‘안전+신뢰=안심’ 메르스의 교훈
(2) '앱' 하나로 마스크 대란 잠재운 대만
https://news.joins.com/article/23722020
(3) '우한폐렴' 초기박멸 대만… 마스크 한 장에 200원, 거리에서 '무료 배급'도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0/03/06/2020030600107.html
(4)"처칠, 가장 위대한 영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