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또 매운 것에 대한 사랑
식성만큼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 있을까?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식성이 비슷해야 편하고 먹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식성은 개인에게나 인간관계에서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저번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어쩌다 매운 음식을 먹는 정도가 아니라 매운 음식의 '일상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집에 늘 매운 향신료나 재료가 구비되어 있다. 후추는 기본이고 핫소스와 청양 고추는 항상 채워져 있어야 한다. 한 때 할라피뇨도 구비해놨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아서 더 이상 사지 않는다.
국민 음식인 '라면'도 예외는 아니다. 불닭볶음면은 물론이고 틈새라면을 열렬히 사랑한다. 예전에는 신라면이 제일 매운 라면이라 주로 이 라면을 먹었는데 먹다보면 소고기 베이스(?) 때문인지 느끼한 맛이 나서 지금은 깔끔하게 매운 틈새라면만 먹는다. 이외에 조금 괜찮은 라면은 진라면 매운맛, 공화춘 매운짬뽕 정도?
제목을 맵단맵단이라고 했지만 사실 맵맵맵단에 가깝다. 열심히, 열렬히 매운 음식을 사모하다가 잠깐 단 맛이 생각나서 찾아주는 정도랄까? 나중에 나이들면 위장에 빵꾸(?) 난다며 걱정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생각나서 위장 보호 차원에서 먹는 것도 있고 매운 음식을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단 게 땡긴다. 달달함에 차가움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틈새라면으로 '쉴틈 없이 매운'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그 얼마나 달콤한가!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나서 먹는 시원한 물 한 잔 - 혹은 맥주 - 이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것처럼, 온 몸을 달구던 매콤함 뒤에 그 열을 식혀주는 차가운 달달함은 몸과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살짝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운동하고 나서 시원한 기분과 함께 가볍게 찾아오는 탈력감이랄까? 이 때 달달한 게 들어가면 당분으로 인해 에너지가 공급되어 탈력감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속도 보호하고 기분도 좋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칼로리'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이미 배가 꽤 찬 상태에서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달달한 음식이 대부분 고칼로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때문에 매운 음식을 조금만 먹거나 달달한 음식을 조금만 먹는 게 칼로리 섭취를 그나마 줄이는 방법이 된다. 물론 당분에 취약한 인간의 뇌는 달달함의 유혹을 쉽게 물리치지 못한다.
오늘은 무려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청소와 방정리, 방 구조 변경을 했다. 방바닥을 쓸고 닦고 책장과 책상을 이리저리 옮기고 나니 힘이 쭉 빠지고 온 몸이 비명을 질렀다. 쉬려고 누우니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잠 자고나서 애정하는 틈새라면과 청양고추가 들어간 부추무침을 먹고 우유를 마셨다. 기분 좋은 포만감을 간직한 채 담배를 곁들인 산책을 하고 집에 오니 만족감, 행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기분 좋은 그 어떤 감흥이 넘실거린다. 내 계획보다 훨씬 괜찮게 방구조를 변경한 것에서 오는 만족스러움과 내 수고가 보상받은 것에 대한 뿌듯함, 한층 더 편리해진 생활 등 비록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제 얼린 딸기로 하루의 식도락을 마무리 해야겠다. 딸기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