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Hubris

우연한 만남

결과는 1주일 후에 알겠죠

by Argo

몇 년 전부터 디퓨저를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주로 유칼립투스를 베이스로 해서 레몬라벤더를 섞은 뒤 다른 향을 넣을 때가 많았다.


디퓨저가 얼마 안 남았길래 몇 주 전부터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서야 겨우 만들었다. 지난 번에 향수 만들려고 샀던 오일들 가운데서 고민하다가 '귀차니즘'이 발동했다. 원래 전자저울로 계량하고 각각의 향을 고려해 배합하는데 오늘은 그냥 잡히는대로 섞었다. 베이스는 대략 100ml. 여기에 유칼립투스, 페퍼민트&티트리, 로즈마리, 프렌치라벤더, 레몬라벤더, 앰버라벤더, 얼그레이&쿠컴버, 스트로넬라&스트러스를 무작정 투입했다. 좋아하는 유칼립투스가 얼마 없어서 아쉬웠지만 다른 향들도 나름 좋아하는 향이라 큰 불만은 없었다.


만들면서 '이래도 되나?' 싶었다. 기세 좋게 오일을 들이부을 때는 언제고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이내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하나 둘 더해가는 과정에서 향이 나름 괜찮다는 걸 발견했다. 숙성 과정 동안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시점에서는 나름 만족할만한 향이 나온 것이다. 여러 향들의 '우연한 만남'으로 과연 어떤 향이 탄생할지 1주일이 기다려진다. 위대한 발견 - 그것이 과학에 속해 있든 어디에 속해 있든 - 중에는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꽤 있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치게 했던 순간이나 플레밍의 페니실린 또한 '푸른 곰팡이'라는 우연의 산물이다. 오늘의 디퓨저 만들기가 앞의 사례들처럼 위대한 사건은 아니지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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