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과 작가들> 서평
인류 역사상 인간과 함께 희노애락을 나눴던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술'일 것이다. 커피도 담배도 술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 와인은 물론이고 맥주 또한 기원전,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시기부터 지속되어 왔으니까.
윌리엄 포크너는 "문명은 증류와 함께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술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원료의 대부분이 곡물이거나 과일이라는 점에서 이 말은 전적으로 옳다. 잉여생산물이 있어야 적어도 재료가 마련되며 술을 만드는 작업이 어느 정도의 기술력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그리고 작가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었던 대표적인 8가지의 술을 그 기원과 에피소드를 통해 재밌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삽화들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기 때문에 딱딱한 이론서는 아니다.
예술가들, 특히 작가들은 술과 관련된 - 물론 담배도 - 에피소드가 많다. 어쩌면 술과 작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수줍게 고백하든 당당하게 선포하든 자신의 음주에 관해 말하는 작가들이 너무 흔해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작가가 더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알만한 대다수의 작가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스티븐 킹, 레이먼드 카버, 찰스 부코스키, 샤를 보들레르, 안톤 체호프, 스콧 피츠제럴드 등 술과 함께 울고 웃었던 작가들의 삶과 그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술이 우리를 매료시킨다.
<알코올과 작가들>이라는 제목을 비롯해 술예찬론자를 자처하는 작가들의 주장들을 읽다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꼭 술을 마셔야 하는가. 술을 마셔야 글을 쓸 수 있는가."
저마다 결론은 다르겠지만, 그리고 작가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술이 작가와, 그리고 작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책에서 밝힌 것처럼 알코올은 작가로 하여금 창조성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 말했듯 "계속 술을 마시는 작가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리타 매 브라운이라는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역량을 발휘해 글을 쓰려면 종합적인 어휘력과 전체 구조를 보는 예리한 감각, 그리고 내면의 울림과 흐름이 살아 있어야 한다. 또한 감각을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한데 자제력을 발휘하더라도 술을 마시면 이런 감각들이 무뎌진다. 술을 한두 잔 들이켜야 진짜 이야기에 도달했다는 기분을 느끼는 작가는 많지만, 술로 인해 진짜 이야기를 말하는 능력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작가는 많지 않다."
실제로 "술로 인해 진짜 이야기를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작가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음주의 장점은 그 단점으로 상쇄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해악이 뚜렷하다. '잡주가'였던 헤밍웨이는 음주 때문만은 아니지만 말년에 창작을 지속할 수 없어 큰 절망과 우울증에 사로잡혔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또한 책에서 소개된 레이먼트 카버의 예와 같이 - 레이먼드 카버는 술을 끊었던 11년 동안 가장 많은 작품을 썼고 그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대성당> 또한 이 시기에 나왔다 - 술을 끊고 나서 오히려 글을 잘 쓰게 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왜 작가들은 이러한 해악에도 불구하고 술로 인생을 채웠던 걸까? 이에 대한 저자들의 답은 "고립되어 오랫동안 작업에 몰두했던 과거의 작가들에게 술은 뮤즈일 뿐 아니라 외로움, 우울함, 불안, 스트레스에 대한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말에 공감한다. 비록 저자들의 말처럼 현대 작가들에게는 예전처럼 술이 확고한 '치료제'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덮으면서 작가와 술의 기묘한 동거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이 접해보지 못한 술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처럼 다양한 술이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 술의 세계로 탐험을 떠나기 전에 책의 마지막 문장을 명심하도록 하자. "우리는 이 책에서 여러분이 술과 문학의 풍성함을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늘 그렇듯, 책임감 있는 음주(와 독서)를 하길 바란다."
이 글은 체코산 흑맥주 밸코포포빅키 코젤 다크의 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