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침대에 누워 "가장 위대한 예술은 무엇인가?" 혹은 "가장 어려운 예술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예술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재능 혹은 천재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 질문은 가장 천재성이 필요한 예술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된다.
침대 위에서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24시간 내내 - 잘 때도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글 쓸 때도 팝송을 듣는다 - 음악을 듣는 나로서는 글만큼이나 친숙한 것이 음악이다.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앞의 질문에 대해 나는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이 가장 위대한 예술이자 가장 어려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문학이 가장 위대한 예술이라고 할 법도 하지만 음악이 문학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음악은 특별한 능력 없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이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청각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문학의 경우 문해력, 최소한 문맹은 아니어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문학이라는 예술은 언어를 기반으로 창조되는데 이 언어는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도구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본적인 - 혹은 약간의 재능 - 창작 능력만 있으면 노력 여하에 따라 비교적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분야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작가가 된 사람은 있어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다가 작곡가가 된 사람은 없는 걸 보면 이 점이 잘 알 수 있다.
또한 음악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인 오감 중 청각을 통해 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감정을 음악만큼 강렬하게 움직이는 예술, 그리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예술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미술 또한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지만 음악에 비해 작품 이해에 필요한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타 문화권이거나 기본 지식이 없다면 감동이 반감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종교, 거의 모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은 종교에서 빠지지 않는 예술이 음악이라는 것을 보면 이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마다 해당 곡의 작곡가가 정말 사람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교향곡을 듣다보면 어떻게 무수히 많은 악기를 이처럼 조화롭게 배치하고 그럼으로써 듣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그저 감탄만 나온다. 대중 음악은 멜로디 이외에도 가사가 있기 때문에 감동을 주기가 클래식에 비해 더 쉽고 사용되는 악기의 수도 비교적 적다. 하지만 오페라나 가곡을 제외한 클래식 음악은 오로지 선율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청자에게 감동을 주고 작곡가가 의미한 바를 드러내는데 한층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나는 클래식 음악이 가장 위대하고 또 어려운, 진정한 의미에서의 천재성이 요구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음악을 매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언제나 이 행복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