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을 보며 깨달은 것
제가 배운 건 이거예요
‘도로 적응은 없다’
완전히 새로운 길인 거예요
예전 삶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삶인 거죠
평생 그럴 거고요
즉, 다시 적응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거죠
여러분과 똑같아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가고 있어요
뭐에 관심이 있는지
결국 시간이 걸리죠
내 인생을 따져보고
그 의미를 파악하려면요
그 8년간 내게 일어난 변화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그 이전에 훨씬 많은 부분이 형성됐죠
위의 말은 퍼스트레이디로 8년을 보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어떤지, 예전의 일성적인 생활에 다시 적응하는 일이 어떤 기분인지 묻는 학생의 질문에 대한 미셸 오바마의 대답이다.
미셸 오바마가 8년 간의 퍼스트레이디 생활을 끝낸 뒤 쓴 회고록 <비커밍> 출간 투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인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 자신과는 다른 세대, 다른 사회경제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내가 그녀의 말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부분은 앞에서 인용한 말이다. 사실 조울증 이후 5년간 나는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나의 찬란한 시절이 오로지 거기에만 있고 그 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달라진 현재의 상황과 모습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며 과거를 기준으로 현재의 모습과 상황을 바라봤다.
물론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분명 나는 조울증으로 인해 달라진 생활방식, 치료과정 등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나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미셸의 표현처럼 “완전히 새로운 길”, “완전히 새로운 삶”이 내게 주어졌고 나는 조울증에 적응하는 동시에 내가 개척해 나아가야 하는 삶의 영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나는 과거를 기준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울증으로 인한 변화들은 나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심지어 가족들에게 조차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을 인정하기 보다는 ‘과거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왜 이런 걸까? 내가 잘못된 걸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다.
그러다 작년부터 변화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는 변화가 우주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내가 변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여기에 조울증이라는 큰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미셸의 말은 내게 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시각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더불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연속성을 인정하고 과거와 현재가 ‘나’라는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인식하며 미래의 ‘나’,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아가야 하는 나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조울증이 시작된지 이제 5년이 조금 넘었다. 치료와 회복, 적응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이 새로운 길에 접어든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살펴보는 중이다. 시간이 걸리고 불안하며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방황하지만 “내 인생을 따져보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나는 고민과 함께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