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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ubris

글쓰기란 무엇인가

오해하지 않는 글을 쓰는 방법

by Argo

몇 년 전에 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글쓰기'라는 행위가 소수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분위기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이것은 소설이나 시 등 보다 전문적인 글쓰기에서 나타날 뿐, 에세이를 비롯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확연히 늘어났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가 이런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나는 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를 포함해 글쓰기를 기본적으로 '자기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글쓰기란 '오해를 줄여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글쓰기가 '자기 표현'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 감정, 느낌 등을 표현한다. 그저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글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글 쓰는 행위가 일종의 정제과정 역할 - 글로 쓰면 막연했던 것들이 명확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에게 자기 표현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이 표현을 타인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들에게 반응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표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간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결국 오해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대화를 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러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경험했듯 가장 쉽고 자주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인 '대화'에서도 크고 작은 오해가 생긴다. 하물며 대화보다 주의해야 할 점이 많은 글쓰기는 어떨까.


내가 글쓰기를 '오해를 줄여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화에 비해 글은 단어 선택과 문장 구성 등에서 더 많은 주의를 요구한다. 대화는 언어적 표현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시키는데 글보다 비교적 쉽다. 하지만 글은 오로지 언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배열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하기 쉽다. 그렇기에 우리는 퇴고를 하고 글 쓰는 방법을 배운다. 자신의 의도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고민하지 않고 그저 자기 표현에만 열을 올린다면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글 쓰는 사람은 항상 이 글이, 이 단어가, 이 표현과 문장이 어떻게 읽힐 것인지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해를 줄여나가는 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단어의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평소에 단어에 대한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문학 작품을 많이 읽어서 단어의 쓰임을 체득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뜻을 명확히 아는 단어를 쓰고 애매하거나 잘 모르겠으면 최소한 사전을 찾아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적절한 단어나 표현이 무엇인지 알고 글에 반영할 수 있다면 내용이 분명한 글을 쓸 수 있다.


두 번째, 내가 분명히 아는 내용을 써야 한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안다고 생각하기에 그것을 이야기하지만 때때로 그 앎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네카가 지적했듯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하며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는 무엇을 말하는 것보다 무엇을 말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는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분명히 아는 내용은 자신있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두루뭉실하게 아는 내용, 개념을 어렴풋하게 아는 내용을 글로 쓰면 부자연스럽거나 장황하게 된다. 쉽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 내용을 제대로 안다고 하기 어렵다.


세 번째, 문장 길이에 유의해야 한다. "짧게 써라"라는 말을 글쓰기 책에서 많이 읽어봤을 것이다. 대다수의 작법서에서 짧게 쓰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의 길이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긴 문장은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전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내용을 생각하다보면 문장 전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되도록이면 짧게 쓰고 긴 문장은 나누거나 줄여야 한다. 간혹 문장을 잘 쓰는 사람들의 경우 긴 문장이라 하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쓰는데 이런 경지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므로 가능한한 짧게 쓰는 것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


네 번째, 글의 전제나 핵심 개념에 대해 정의를 내려야 한다. 보통 보다 전문적인 글에서 사용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글에서도 필요한 방법이다. 어떤 단어나 개념에 대해 글쓴이와 독자의 생각이 다르다면 결국 오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얼마 전에 썼던 경제관에 대한 글에서 '경제관'에 대한 정의, 내가 생각한 경제관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를 서두에 밝혔다. 이렇게 처음부터 글의 핵심적인 개념의 뜻이 무엇인지 정의해두면 글의 의도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또한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글을 쓰는데도 도움이 된다.


다섯 번째, 글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글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매끄러워야 할 뿐만 아니라 큰 맥락에서 볼 때도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 A를 말했다면 그 다음에는 B가 나와야 한다. 갑자기 C가 나온다면 독자들은 글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상류에서 배를 탔을 때 이 배가 하류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하듯 글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한 부분에서 멈추면 안 된다.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독자가 머뭇거리지 않게 해야 한다.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이 글이 어떤 내용이지?', '글쓴이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이 단어의 의미는 뭘까?' 같은 의문이 들고 이것이 다 읽고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좋은 글이라고 하기 어렵다. 특히 궁금증을 유발하여 독자의 흥미를 끄는 방법의 경우 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궁금증을 오래 참고 싶어하는 독자 - 추리소설이 아닌 이상 - 는 많지 않다. 바로 해결해주지 않더라도 독자가 납득할 만한 지점에서 반드시 궁금증을 해결해주어야 하고 그것이 해당 의문에 알맞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매번 어떻게 하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쓸 것인지, 어떻게 해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글을 쓰는 동안 이 질문들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이 좋은 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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