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로봇> 서평
우리는 왜 역사를 배울까?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적 사실 자체라기보다는 그 사실 속에서 배울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서다. 현재는 과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과거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신화는 흥미로운 역사의 파편이다. 신화를 역사와 같이 진실의 산물로 - 물론 역사 또한 100% 진실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 생각하기는 어렵다.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들, 상상력으로 충만한 내용들이 신화에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화에는 그 시대의 사람들, 신화를 기록했던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세계관, 사고 방식 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 또한 신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오토마톤)이 당시에는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현재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다루고 있다.
우리는 흔히 기계 장치나 로봇, AI가 우월한 기술의 산물, '현재'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과 신묘한 기계 장치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상상력 없음을 드러낸다. 뿐만아니라 로봇과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뒤에서야 시작된 고민들 - 인공 생명, 인공 지능과 관련된 도덕적, 윤리적 문제 등 - 이 실제로는 고대에도 존재했으며 우리가 느끼고 있는 기대와 두려움을 그들 또한 동일하게 느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의 묘미는 단순히 신화를, 신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을 다루고 있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신화 속에 등장한 인공적인 존재들과 그들을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보았고', 어떻게 '느꼈는지', 그리고 이런 점들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 신화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인공 생명과 인공 지능을 개발했고 또 개발할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 지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여겼던 신화 속에 이토록 다양한 의미,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또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과학 기술의 발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고민도 던져 준다. 목적과 의미가 퇴색된 무조건적인 신체 능력 향상을 비롯해 인공 생명과 인공 지능이 과연 인간에게, 인류 전체에게 이로울까? 다수의 영화나 소설에서 다루는 것처럼 우리는 디스토피아로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안에 감추어진 도덕적 사회적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에피메테우스처럼,
우리는 인간형 로봇, 두뇌-컴퓨터 접속, 신체 능력 강화,
부자연적으로 증강된 생명,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하는 물건들,
가상 현실, 인공 지능이라는 미래를 향해 돌진한다.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면서 계속 더듬어 찾고 있다.
그 사이에서 외롭게 울려 퍼지는
프로메테우스 목소리의 경고를 무시한 채로. (294p)
소포클레스는 그의 희곡 <안티고네>에서 "인간의 창의적 기술은 때로는 그들을 악으로, 때로는 선으로 이끌어 가니, 그 뛰어남은 도를 넘는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발전되고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극적으로 연장된 수명과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도구들은 이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의 진보가 '도'를 넘지 않기 위해서는 "저지르고 생각하는" 에피메테우스가 아닌 프로메테우스, "미리 생각하는" 사람이 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