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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ubris

20200805

by Argo

1.

비가 오락가락한다. 해가 쨍쨍하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나갈때도 우산을 챙긴다. 마스크도 귀찮은데 우산까지 겹쳐서 귀찮음이 두 배다. 때때로 그냥 젖을 생각하고 우산을 두고 나간다.


2.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인 것과 예술이 아닌 것의 구분은? 일반 소설(순문학이라고도 하는데 나는 이 단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장르 소설이 '아닌' 소설을 일반 소설이라고 한다)과 장르 소설 모두 좋아하는 나는 종종 장르 문학을 폄훼하는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나빠지면서 반발심이 든다. 평론가니 뭐니 하는 사람들의 고상한 헛소리도 그렇고. 예술에 '급'이 있다는 말이 과연 타당할까? 있다와 없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어서 어쩡쩡한 입장이지만 무조건 "예쑬이란 이런 거시다!" 이러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네가 정한 틀을 벗어나면 예술이 아니라며 매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꿀밤 한대 때려주고 싶다. "니들이 뭔데 예술을 논해?"


3.

나는 예술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라고 정의한다.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생각하게 하는 일정한 형태를 가진 것.


4.

예술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모호한 것이 '예술성'이다. 고흐의 작품이 당대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고흐의 그림은 지금 예술성이 차고 넘친다고 평가된다. 어쩌면 헤세의 말처럼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 끈기 이런 것과 함께 '운'이 필요한 것 같다. 어느 정도 시류에 맞는 경우에만 예술로 인정받을테니까. 사후 평가는 사실 무의미하다. 생전에 받지 못한 찬사가 예술가에게 전달되지는 않으니까.


5.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장르 소설은 큰 매력이 있다. 일반 소설의 경우 작가의 명성, 즉 '이름값'의 그림자가 크다. 평론가나 대중에게 인지도가 있는 작가는 작품이 그냥 그래도 000작가의 작품이니까 라며 팔린다. 몇 작품 말아먹는다 해도 이름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성공하면 '존버'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런 성공을 위해 베스트셀러 조작이나 출판사의 갖은 '노력'의 힘이 큰 작용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장르 소설은 정글이나 다름없다. 보통 한 편(화) 당 유료 결제를 해야하는 특성상 이번 화에 재미가 없다면 독자들이 하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리 전작을 잘썼다고 해도 실시간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 때문인지 독자들의 반응이 빠르다. 물론 장르 소설 쪽도 이름값이라는 게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 없는 작품을 완결할 때까지 결제하도록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로 하차할 걸 몇 화 정도 더 보게하는 정도랄까. 일반 소설처럼 조작이나 홍보로 인한 유입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일반 소설만큼은 아니다. 프로모션을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작품 자체가 별로면 독자들은 금방 떠나간다.

그리고 데뷔라는 면에서 볼 때 얼마전 논란이 되었던 모 출판사들의 문제처럼 일반 소설의 경우 문턱도 높고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실력에 비해 부풀려지는 경우도 있고 인맥을 통해 데뷔하는 경우도 간간이 있다. 누구의 추천사를 받았느냐 뭐 이런 것들. 반면에 장르 소설은 '실력'이 전부다. 잘 쓰면 계약해서 바로 데뷔가 이뤄진다. 그런만큼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다. 독자들을 만족시킨다면 나이와 성별, 외모 - 이 부분은 <매력 자본>이라는 책을 읽으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 에 상관없이 인정 받지만 그게 아니라면 가차 없이 내쳐진다. 경쟁이 무척 치열하고 한 번의 성공이 다음의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보니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서 멘탈 관리가 쉽지 않다. 일반 소설의 경우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출간이 되야만 반응을 접할 수 있고 알고 싶지 않으면 반응을 모를 수 있지만 장르 소설은 댓글창만 열면 온갖 반응이 터져 나온다. 훈수질은 애교고 욕을 하거나 "하차합니다"라고 굳이 댓글을 단다. 일반 소설을 쓰는 작가나 장르 소설을 쓰는 작가나 각각의 고충이 있지만 양쪽의 사정을 아는 내가 볼때는 작업 스트레스에서는 장르 작가가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악플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작가가 매년 서너 명씩 나올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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