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
며칠 째 비가 내리고 오늘은 아침부터 쭉쭉 끊김없이 자알 내린다. 장을 보러 가기전에 어김없이 노래를 틀었다. 앱을 켜니 어느새 플레이 리스트 아래까지 들었다. 바이브(네이버) 플레이리스트 하나에 천 곡 정도 들어가는데 워낙 많은 음악을 듣다보니 항상 가득 차 있다(쓸데없이 다양한 내 음악 취향...). 보통은 앞 부분에 있는 이매진드래곤스나 빌리 아일리시, 포스트 말론, 오아시스 등의 노래를 듣다보면 하루가 다 지나가고 그 다음날도 비슷한 순서로 듣는데 어제는 어쩐 일인지 계속 냅뒀나보다.
매일 아침 산책이나 외출을 할 때 루틴처럼 포스트 말론의 Circles을 들을까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오랜만에 애정이 식었던(?) 노래들을 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들었던 곳부터 재생시켰다. 그러자 들리는 노래는 트래비스의 Driftwood. 고등학생 때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였는데,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가끔 듣는 노래가 됐을까 하며 내가 왜 이 노래를 좋아했는지 떠올려봤다.
노래의 분위기는 가벼운 편이다. 어떻게 보면 통통 튄다고 해야할까. 그렇지만 가사는 허무의 그림자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제목인 Driftwood의 뜻은 유목, 그러니까 강이나 바다 위에 떠다니는 나무다.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유목의 일생이라고 할 수 있다. 떠다니다 물살에 휩쓸리는, 그러다 결국은 산산이 부서져 파괴될 운명. (가사 전문은 맨 아래에 첨부)
노래의 가사를 생각하며 걷던 중에 집 근처의 개울가를 지나치게 됐다. 평상시에는 졸졸 흐르던 물이 계속 된 비로 콸콸 흐르고 있는 물을 잠시 보다 문득 인간의 인생 또한 유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론가 계속 가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헤엄치며 어떤 성취를 하든 무슨 노력을 했든 결국 죽음이라는 '끝'을 맞이하게 되는게 인간이니까. 아, 인생 참 허무하다고!
다만 인간과 유목의 차이점은 있다. 유목은 스스로 선택해서 떠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가사에 나오듯 '선택'해서 떠다닌다. 그것이 무엇이건, 어떤 결말이 기다릴지 알고 있든 알지 못하든 간에 말이다. 각자가 저마다의 강을 선택해서 유목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아니 자주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잊는다. 유목이 결국 산산이 부서지는 최후를 맞듯, 우리 또한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을.
몇 번 반복해서 듣다보니 내가 왜 이 노래를 좋아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서정적인 노래의 분위기, 시적인 가사, 특유의 허무함... 그 시절부터 간직했던 허무함을 이 노래가 잘 대변해주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오랜만에 들어서인지 아니면 요즘 허무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하루 종일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가사의 유목처럼 나는 어디를 떠나왔고 어디로 가는지,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 곱씹으면서.
+신나면서 희망찬 가사가 담긴 노래를 듣고 싶다면 high hopes를 강력 추천한다. 희망이 맥주 거품처럼 뿜어져 나올 것이다.
+다소 밝으면서 희망과 함께 허무함이 공존하는 노래를 듣고 싶다면 김광석의 <일어나>를 들으면 된다. 결국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일어나 다시 한번 해봐야지... 가사가 정말 띵언 그 자체다.
+ <가사 전문>
Everything is open Nothing is set in stone
Rivers turn to ocean Oceans tide you home
Home is where your heart is But your heart had to roam
Drifting over bridges Never to return
Watching bridges burn You're driftwood floating underwater
Breaking into pieces pieces pieces
Just driftwood hollow and of no use
Waterfalls will find you bind you grind you
Nobody is an island Everyone has to go
Pillars turn to butter Butterflying low
Low is where your heart is But your heart has to grow
Drifting under bridges Never with the flow
And you really didn't think it would happen
But it really is the end of the line
So I'm sorry that you turned to driftwood
But you've been drifting for a long long time
Everywhere there's trouble Nowhere's safe to go
Pushes turn to shovel's Shoveling the snow
Frozen you have chosen The path you wish to go
Drifting now forever And forever more
Until you reach your shore
You're driftwood floating underwater
Breaking into pieces pieces pieces
Just driftwood hollow and of no use
Waterfalls will find you bind you grind you
And you really didn't think it would happen
But it really is the end of the line
So I'm sorry that you turned to driftwood
But you've been drifting for a long long time
You've been drifting for a long long time
You've been drifting for a long long
Drifting for a long long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