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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ubris

220716

생각들

by Argo

1.

"종교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해도 될까요?"

"종교가 같아도 이혼하는데 다른 사람이랑은 과연 어떨까? 애초에 문제가 안 될 거 같았으면 질문도 안했겠지만."


2.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게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고 많이들 그런다. 나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북정책, 안보에서는 강경 보수라고 해도 좋을만큼 북한은 주적이다 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동성애나 낙태 같은 경우 진보쪽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뭐 극단적일 정도로 자유주의자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살이 인간 최고의 자유라는 말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니까.

아무튼 오늘 퀴어축제다 뭐다 해서 인터넷 기사가 요란하다. 내가 사는 곳은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다. 서울은 좀 다른 것 같지만. 퀴어축제가 딱히 좋아보인다고는 못하겠다. 혐오스럽다 이런 거보다는 왜 저걸 굳이? 이런 느낌. 개신교인이었을 때도 기독교에서 왜 동성애를 죄라고 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동의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무신론자가 된 이유 중 하나가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의 견해에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사실 동성애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도대체 누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옳고 그르다, 된다 안된다를 결정할 수 있는가? 뭐 신을 믿는 인간들에게는 그 권한이 신에게 있다고 하겠지만, 지금 이 시대는 신이 통치하는 시대가 아니다. 다시 말해 중세가 아니고 한국이 샤리아가 지배하는 중동 국가도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종교는 분리되어 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 특히 종교인들은 겉으로는 에이즈니 뭐니 막 떠들지만 실제로는 그냥 구실에 불과하고 단순히 종교적인 이유,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성경"에 써 있으니까 반대하는 것일 뿐.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 특히 종교인들에게 내가 "당신들이 종교인인 것을 반대합니다"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자기네들이 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정체성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동성애 문제는 종교가 현대 사회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민주주의와 종교가 왜 양립하기 어려운지 잘 말해준다. 민주주의는 다원주의지만 종교는 단 하나의 진리만을 믿기 때문이다.


3.

낙태도 그렇다. 솔직히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보다 성인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생명이니까 낳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태어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 아이가 태어나서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아이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다시 말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낙태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낙태를 원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정에 의해서든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낳으면 누가 다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대책없이 무조건 낙태를 반대하는 건 폭력에 불과하다. 자기가 낳은 자식도 학대하다 못해 살해하는 세상에 남의 자식은 퍽이나 잘 돌보겠다.


4.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미디어에서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26세가 어린 건 아니지만 정치판에서는 충분히 어린 나이다. 근데 기사들을 보면 죄다 나오는 사진들이 더 어리게 보인다. 철 없어 보인다는 말이 딱 나오기 좋은 사진들이 상당히 많다. 이게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랑 겹쳐지니까 무슨 철 없는 어린애가 떼쓰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주변 사람들도 그렇다고 하니 나만의 착각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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