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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Aug 28. 2023

230828

꿈인데 꿈이 아니라서 문제야

1. 

잠에서 깼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

꿈 속의 나는 예전처럼 웃고 떠들고,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과 함께 했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내가 발견한 것은 과거와, 행복했던 기억과 소중한 인연들을 모두 잃은 현실이었다. 


3.

과거가 거짓이었던 걸까.

아니면 현실이 거짓인걸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 모든 게 거짓인 게 아닐까.


4.

송곳이 심장을 파고드는 것처럼 꿈은 내 마음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뼛속 깊이 고통과 슬픔, 분노를 새겨넣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형벌을 받아야 하는걸까.

시시포스와 프로메테우스처럼 끝나지 않을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내 현실을 검은색으로 칠했다.


5.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가 있다.

고통스러운 기억,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기억 속에서 삭제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나는 그 영화를 떠올리며 정말로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나쁜 기억이 아니라 좋은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행복했던 과거는 현실의 고통을 더욱 극대화할 뿐, 희망이라든가 위안을 주지 못했다.

그러니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을 지우는 게 낫다.


6.

오늘처럼 정말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건 오랜만이었다.

평소에 꾹 눌러왔던 비애가 깊은 심연 속으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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