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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Nov 19. 2023

코로나 D+3 일단 뭘 좀 먹어

살기 위해 먹든 먹기 위해 살든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일단 이 음식 - 아마도 따듯한 수프였을 것 - 을 먹어보라고. 그러면 힘이 날 거라고.


사실 아침에 스튜(일단 이렇게 부르자...)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제일 처음 생각은 수프였는데, 만들 수 있을리가.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수프 가루가 없었다.

그래서 또 쿠팡...에 주문을 하고 얼렁뚱땅 만든 게 스튜였다.


그리고 늦은 저녁으로 아침에 만든 스튜에 스프를 넣고 핫소스를 콸콸 쏟아부었다.

수프 가루를 넣었으니 약간 느끼한 맛이 날 거 같았다.

그렇다고 또 토마토 소스를 넣자니 이번에는 새 거를 개봉해야 해서 뭔가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게 핫소스.

토마토 소스를 넣으려고 했던 이유가 수프가 덮어버릴 '상큼' 혹은 '새콤'한 맛이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핫소스는 톡 쏘는 시큼함과 매콤함으로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따듯하고 매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쪽 빼고 나니 정신의 긴장도 한결 풀리고 기분도 흐물흐물해진 느낌이다.

밥 먹으면서 끓인 보리차도 마시고 있으니 목도 덜 아픈 것 같고.


생각보다 혼자서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조증 삽화 때 약 6개월 간 가출 아닌 가출로 혼자 살아본 경험이 나름 도움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또 긍정하는 건 아니고. 

지나고 보니 얻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경험들은 피하거나 없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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