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게 빅 엿을 줬다
삼촌과 통화하고 잠깐 잠들었다가 할머니 전화에 깼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는데 이번에는 땀이 너무 나서 겨우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아 맞다 근데 빨래는 언제하지…?
코로나 증상인 건지 아니면 잠을 못자서 더 그런건진 몰라도 하루종일 몸이 무겁다.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도 괴롭다.
목이 이제는 침삼킬 때마다 아파서 자다가도 깬다.
식은땀이 자주 나다보니 자다가 땀 닦느라 꼭 한 번은 일어나게 된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지기 쉽다.
거의 10년째 양극성 장애 환자로 살면서 이 사실을 여실히 느꼈다.
우울 삽화 초기의 증상이랄까.
오늘부터 의욕이 떨어지면서 약간의 자살충동이 시작됐다.
중증 장애인으로 격리병동에 입원한 엄마는 간병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고열이 지속되는 것도 걱정이지만 불편한 몸으로 병원에 갇혀 있을 엄마 생각에 정신이 어지럽다.
집에 있을 때는 내가 해줄 수 있었던 거라 더 마음이 아프다.
심란한 마음을 스토아 철학적인 사고로 다스려보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해 붙잡고 있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은 없으니까.
일어나서 밥 먹어야지, 한 게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잠 깨려고 먹은 목캔디는 벌써 녹아 없어졌다.
일어났을 때는 별로 배가 안 고팠는데 지금은 조금씩 고프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아직 식욕은 살아있다.
뭔가 먹고 싶은게 그래도 있는 것도 재밌다.
방금 전엔 불닭볶음면과 참깨라면, 교동반점, 짜장 불닭볶음면, 스파게티면을 쿠팡에서 주문했다.
조금 전에는 아침에 주문한 스프가 왔다.(이거도 가지러 가야하는데 귀찮아…아…)
밥도 떨어져서 해야하는데 일부로 그런 건 아닌데 밥 생각이 없다.
아침에 만든 스튜 비슷한 무언가를 먹으러 일어나긴 해야겠다.
양극성 장애만으로도 충분히 죽겠는데 코로나까지 덤으로 던져준 인생에게 엿이나 먹으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