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또 예상 못했는데…?
어제 엄마가 입원했다.
집에서 한 자가 키트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병원에서는 양성이 나왔다.
다만 엄마의 증상이 완전히 코로나 때문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원래 엄마는 타이레놀을 먹지 않았다.
그러다 약 이틀간 타이레놀을 먹었는데 고열과 온 몸의 발진이 발생했다.
내가 먹고 있는 라믹탈과 마찬가지로 타이레놀의 부작용 중에는 피부 반응이 있다.
스티븐슨-존슨 증후군 같이 위험한 것들 말이다.
병원에서도 코로나보다는 타이레놀의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인 탓에 어제 아침부터 나홀로 투병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증상이 아주 심하지는 않다는 것.
열은 첫 날을 제외하고는 없고 관절통도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피로감은 여전하고 목의 통증과 가래, 콧물과 기침은 늘었다.
등가교환이라고 하면 되려나?
덕분에 한동안 안 먹던 목캔디를 쿠팡으로 주문해서 먹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입맛이 없다고 하는데 일단 나는 아직 팔팔하게(?) 살아있다.
다만 문제는 코로나 이후로 계속 국물이 있는 음식만 먹고 싶다는 것.
어제 저녁에 먹은 파스타도 소스를 거의 스프처럼 해서 먹었다.
엄마와의 짧은 문자 끝에 겨우 일어나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대충 '스튜'같은 거? 라는 대답이 나왔다.
마침 어제 먹다 남은 파스타 소스도 있겠다 음, 어찌저찌하다 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레시피 같은 건 따로 찾아보지 않았다.
파스타 소스를 꺼내고 냉장고와 냉동실을 뒤졌다.
일단 파와 마늘을 꺼내서 해바라기씨유에 볶았다.
그리고 역시 먹다 남은 스위트콘을 넣어주고 유통기한이 어제(...)였던 두부를 작은 정육면체 모양으로 썰어 넣었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서 찾아보니 톡 튀어나온 양배추도 넣어주고 얼려뒀던 트레이더스산 핫윙봉(?)을 녹여 살만 발려서 넣었다. 마침 얼린 삶은 감자도 있길래 넣어줬다.
후추도 톡톡-이 아니라 팍팍 뿌린 다음 혹시 몰라서 치킨 스톡 한 스푼을 넣었다.
재료 중에 간이 된 것들도 있긴 한데 뭐, 짜면 물을 넣으면 되니까 일단 넣었다.
요리할 때는 물이 많은 것 보다는 적은 쪽이 낫다.
아무튼 마지막에 토마토 소스와 물을 붓고 끓이다가 문득 어, 양파 넣어야 하는데?
양파 까기 귀찮기도 하고 매워서 눈물 흘릴 걱정에 고민하다가 결국 양파도 썰어 넣었다.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요리 거의 마지막 부분, 완성 3분 전에 집어 넣었다.
가스 불을 끄고 꺼냈던 치킨 스톡을 집어넣으려고 냉장고 문을 여는데 발견한 계란.
처음에 에그 인 헬 생각도 했던 만큼 계란도 넣을 생각이 있었는데 까먹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얼른 세 개를 깨서 넣은 뒤에 1분 동안 강불로 끓인 후 2~3분 뜸을 들였다.
맛은 생각보다 좋았다.
사실 간이 된 닭고기를 넣을 때 조금 걱정을 했다.
일반적으로 이미 요리로 만든 고기 종류로 다른 요리를 만들면 망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괜찮아서 다행일 뿐.
마지막에 간을 볼 때 약간 짭짤해서 물을 더 넣을까 했는데 양파를 넣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두부, 양파, 양배추 같은 재료들은 자체적으로 수분이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 요리를 할 때 이 재료들에서 나올 수분을 생각해야 간 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
요리하면서 몸도 아픈 주제에 이게 뭐하는 건지 싶기도 했다.
증상이 비교적 심하지 않다는 거지 충분히 힘들긴 하니까.
그래도 내가 요리를 할 줄 아니까 이렇게 해먹기라도 하는 거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