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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Nov 17. 2023

테스트기에 뜬 두 줄

생각보다 별 거 없던 감상

드디어(?) 코로나에 걸렸다.

지금까지 예방접종 1번도 안했던터라 각별히 조심하면서 살았다.

뭐, 내 생활이라는게 대부분 집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한 일상이니까 

딱히 어려울 건 없었다.


양극성 장애 환자가 된 이후 인간관계의 폭이 극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도 그렇고

출퇴근하는 것도 아니니까 최대한 접촉을 피해서 살다보니 지금까지 안전할 수 있었다.


코로나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자면,

예방접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신뢰성이 의문이었다.

백신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코로나 같은 호흡기 질환의 바이러스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각종 부작용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런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았다.


어디에서 걸렸을까?

일단 거의 확정적인 건 어제 다녀왔던 대학 병원.

근데 음, 이게 사실이라면 황당하긴 하다.

병원에서 마스크를 벗었던 적은 딱 두 번이었다.

한 번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심지어 사람도 3~4명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병원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먹으려고 잠깐 벗은 것.

집 근처 편의점에 갈때도, 잠깐 담배 피러 나갈때도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나갈 정도로 

외출시 항상 마스크를 썼던 터라 유력한 용의자(?)는 어제의 병원뿐.

아주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다른 용의자로는, 수요일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왔던 엄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닌데 너무 낮으니 그냥 그럴 수도 있다 정도다.


1. 증상의 시작

조짐은 어제 오후부터 있었다.

오전에 병원에 다녀온 후 오후에서 저녁 무렵 쯤부터 몸에 이상이 있는 걸 느꼈다.

몸의 피로가 빠르게 쌓이는 느낌이랄까.

특히 허리가 거의 끊어질 듯 아팠는데 

당시에는 원래 안 좋았던 허리가 요즘 오래 앉아있어서 악화된 거라고 생각했다.

피로감과 관절통 이외에도 약간 머리가 띵하고 살짝 아픈 느낌도 있어서 타이레놀 2알을 먹고 잤다.

그리고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중간에 자주 깨고 뒤척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관절통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2. 증상의 발전

눈을 떴을 때의 느낌은 운동이나 몸 쓰는 일을 격하게 한 다음날 같았다. 

전신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져있었다.

진짜 몸이 안좋다는 걸 눈 뜨자마자 알 정도.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어지러움과 함께 몸이 휘청거렸다.

목도 아프고 허리 뿐만 아니라 전신의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듯 아파왔다.

아 이거 독감이나 코로나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단 병원을 갔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금방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열을 재어보니 38.5도.

그때서야 아 열 때문에 어지러웠던 거였네 라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 빼고는 거의 20년 넘게 열나서 고생해본 적이 없다보니 

발열 증상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증상으로는 일단 독감이나 코로나 같은데 일단 약을 먹어보고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그때 검사해보자고 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안 사실인데 자가 검사 키트가 있었다.

미리 해서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을.

2차례 검사 결과 양성을 뜻하는 빨간 줄 2개가 나를 반겨줬다.


3. 양극성 장애 환자라서 골치 아플 때

어제도 썼다만 신장이 안 좋다.

장기 복용 중인 약으로 고지혈증 관련 약과 라믹탈, 웰부트린이 있는데다

신장이 안 좋다고?

그럼 약물 쓸 때 진짜 조심해야 한다.

안 그래도 어제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받으면서 의사선생님께서 신장이 안 좋으니

건강 기능 식품이나 몸에 좋다는 거 아무거나 먹지 말고

약도 가급적이면 안 먹는 게 좋다, 특히 '감기약' 같은 거, 웬만하면 그냥 버티라고 하셨다.  

오늘 동네 내과에서 진료받을 때 이런 말을 하니 의사선생님께서 난감해하시면서 

신장이 안 좋아도 쓸 수밖에 없다고, 엄청 고민하면서 약을 처방해주셨다.

지금은 간이 그럭저럭 괜찮은데 데파코트 먹을 때는 간수치도 나빠져서 관련된 약을 먹었던 적도 있다.

내분비내과에서 신장이 안좋은 이유는 너무 많아서 특정하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장기간의 약물 복용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신과에서도 유전적으로 신장이 안 좋은 경우 약물로 인해 신장이 나빠질 수 있다는 말을 하기는 했다.

공교롭게도 할아버지가 일찍 신장 한쪽을 제거하셨고 아빠는 고혈압과 당뇨까지 있다.

그러니 나 또한 유전적으로 신장 기능이 좋다고 하긴 힘들 것이다.


신기하게도 점심에 약 한 번 먹고 자고 일어나니 대부분의 증상이 상당 부분 나아졌다.

일단 전신의 관절통이 거의 사라졌고 열도 뚝 떨어졌다.

어지러움도 사라졌고 숨 쉴때도 괜찮다.

단지 목이 좀 칼칼하고 목감기 걸렸을 때처럼 부은 느낌과 약간의 통증만 있을 뿐.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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