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뽑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고
예전에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 라고 자문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말로 바뀌었다.
세 달 만에 다시 찾은 대학병원.
처음에는 갑상선 문제로, 그리고 고지혈증으로 찾게된 내분비 내과.
이제는 신장 문제까지 더해졌다.
덕분에 일 년에 몇 번씩 검사를 위해 피를 뽑아야 한다.
오늘도 별다를 것 없이 피를 뽑았다.
어제 저녁식사 이후로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12시간 가까이 금연 당한 상태라 기분이 메롱했다.
바늘이 들어가는 익숙한 따끔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신질환자로 산다는 건 이런 검사들과도 익숙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보통 정신질환이 그저 마음이라든가 정신의 질환, 신체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전공 시간에 여러 이상 심리에 대해 배우면서, 이런 저런 정신질환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공부하면서도 딱히 몸, ‘신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정신질환자가 되어보니 어쩌면 정신보다는 신체가 질환과 환자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신체와 정신은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하나이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어느 철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신이 신체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체 안에 정신이 속해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중에 정신질환과 신체, 신체질환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쓸 계획이다.
일단은 지금 먹고 있는 화끈 규동에 집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