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나는 슬펐던 것 같아
어둑해진 퇴근 길, 기어가는 택시 안에서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ztjXVQuS70
매번 Sunflower만 듣다가 다른 노래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혹시 라이브 음원이 있나 애플 뮤직앱을 뒤졌더니 톡 튀어나온 라디오 시티 뮤직 홀 라이브 앨범.
전체 재생을 누르고 가만히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날 울린 노래 제목은 10/10)
텅 빈 머리속.
하루 종일 먹은 게 겨우 두유 한 잔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냥 현재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런걸까.
엄마를 병원에 다시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의 감정은 어떤 것인가.
나는 그냥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종종 그렇다.
양극성 장애 환자가 된 이후로 내 감정은 늘 자기 멋대로였지만 때때로 공(空)의 상태, 진공 상태가 되어버리곤 한다.
이럴 때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붕 떠있는 느낌.
마치 제3자가 되어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어 내리는 것 같다.
오늘이 그런 날이어서 엄마를 병원에 두고 홀로 집으로 향하는 내게는 피로감 뿐이었다.
하지만 음, 내 마음속 어딘가는 힘들고 슬펐던 것 같다.
다행히 저녁의 그림자가 가려주었지만 나도 모르게 흘러내렸던 눈물이 그랬다.
그 순간에서야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극성 장애 이후로 스스로의 삶조차도 버겁게만 느껴지고 있다.
그리고 소아마비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몸이 약해지고 있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그렇다.
의도적으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억지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으로 힘을 내려는 것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서 절망해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어떤 생각을 '생각'하다보면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에 휘둘리기 쉽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다시 10/10을 듣고 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막연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조금 일찍 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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