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염보다 더 괴로운 것
걱정도 무색하게 엄마의 회복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늘 내일하다가 퇴원을 오늘 내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에 비해 내 증상은 지지부진 그 자체다.
인후염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받았지만, 글쎄에...
콧물과 가래가 좀 줄어든 것 외에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목은 여전히 아파서 자다가도 깬다.
그리고 오늘, 나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나타났다.
흡연자의 경우 미각과 후각이 손상되어 평상시에 이 두 감각이 일반인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원래 더 예민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비흡연자인 엄마보다도 더 잘 맡고 더 잘 느꼈다.
해물이라면 치를 떠는데 아주 조금 들어간 오징어의 냄새라든가 조개의 비린 맛을 귀신같이 잡아낸다.
외출하고 돌아와서 남아 있는 음식 냄새로 엄마의 식사를 알아차릴 정도다.
그랬던 나인데, 코로나 4일차부터 냄새를 조금씩 못 맡게 됐다.
처음엔 그냥 코가 좀 막혀서 그렇겠거니 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코로나의 증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어제 꽤 진한 향을 뿌렸는데도 조금밖에 맡을 수 없는 걸 알게 됐다.
오늘은 더 심해져서 향의 약 10%정도만 간신히 맡을 수 있다.
진한 장미향도 겨우 맡을 정도면 어떤 정도인지 감이 올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컵라면을 먹는 순간이었다.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어? 이게 아닌데??????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건 치아 사이에서 뭉게지는 면의 질감과 혓바닥에서 올라오는 화끈함.
그 어디서도 내가 좋아했던 라면의 맛은 없었다.
결국 나는 라면의 절반만 겨우 먹고 다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뭔가로 영양을 보충해야 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면서 청포도를 먹고 있다.
하지만 역시 단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어제 저녁만 해도 꽤 달았다.
가뜩이나 없던 식욕이 이제는 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향 맡는 걸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집에서 만든 향들을 뿌려대곤 했는데 이 재미도 당분간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