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ubri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go May 23. 2024

오늘도 안 속았다

어설픈 건 언제나 위험해

오랜만에 그리마를 발견했다.

슬슬 보일 때가 됐는데, 라고 생각하자 나왔다.


매번 그랬듯 어김없이 이번에도 그리마 퇴치법을 찾아본다.

물론 역시나 똑같은 엔딩이다.

이곳 저곳 알아보다 출입구나 잘 막자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마 퇴치법을 검색해보면 3가지 방법이 주로 나온다.

초음파 퇴치기, 살충제, 출입구 막기.

살충제는 정말 확실한데, 문제는 건강이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하지만 벌레를 죽이는데 인간에게 아무런 해가 없을까.

그래서 보통 '과학적'으로 보이는 초음파 퇴치기에 눈이 간다.

설명을 보면 초음파가 어쩌고 저쩌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설프게 아는 내용이라 더 그럴 듯하다.

여기에 효과가 있다는 블로그 후기(라고 쓰고 광고라고 읽는)를 보면 당장에라도 사야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초음파 퇴치기는 사지 않는다.

왜냐고? 

그야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과학'이 아니니까.


나는 의심이 많다.

워낙에 대체의학, 건강기능식품, 유사과학에 열광하던 아빠 때문에 그렇다.

엄마의 소개로 알게 된 초음파 벌레퇴치기도 내 의심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아본 결과 2003년에 이미 미국에서는 초음파 벌레퇴치기가 효과 없다고 무려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결론을 내리고, 광고를 금지시켰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 다시 찾아보니까 한국에서도 아예 법원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결했다.

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유사 과학으로부터 살아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초음파 벌레 퇴치기의 효과에 대해 미련이 남는다.

유사 과학이 진짜 과학처럼 살아남는 이유는, 어쩌면 나처럼 절박한 사람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말이다.


+초음파 퇴치기 관련 기사

https://www.asiae.co.kr/article/20230821075904689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