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너는 어디에서 왔니?

우리가 몰랐던, 책의 나이테에 대하여 : <책의 책>, 김영사

by Argo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답을 찾는 과정이었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을 찾는 시도는 계속되었다.

이 책 또한 그런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책의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책에 대한 답을 찾는 인류의 기나긴 발자취를 들여다본 책이다. 한마디로 “책의 기원”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서점에서, 인터넷에서 책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대학도서관을 비롯해 공공도서관에 가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책들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은연중에 책이 이렇게 흔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책이 처음부터 하늘에서 뿅하고 나타났을 리는 없을 테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책이 지금의 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의 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의 책>에서는 책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종이, 본문, 삽화, 형태-의 기원을 찾고 이것들을 종합하면서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그 여정을 상세하고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종이의 기원인 ‘파피루스’부터 양피지를 거쳐 지금의 종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설형문자에서 발전한 문자가 필기구-이 또한 발전을 거듭했다-를 통해 기록이 되고 손으로 글을 쓰던 것을 기계가 인쇄하기까지, 책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장식적 요소를 더해준 삽화와 형태의 역사를 읽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 수천 년의 시간 동안 발전에 발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는 사실에 놀라움 뿐만 아니라 경이로움 마저 느낄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이유는 오래전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책을 만드는 여정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더 나은 책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들이 책과 책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를 위해 들인 노고를 생각하면 감탄을 넘어 존경스럽기 까지 한다.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다지 감흥이 들지 않는 책이 이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책이 다르게 보였다. 책은 책이지만 동시에 책이 아니기도 하다. 책은 노력과 정성의 산물이고 과장해서 말하면 영혼이 담긴 물건이다. 양피지를 만들기 위해, 그 양피지에 글씨를 쓰기 위해, 채색을 하기 위해 많은 손길이 필요했고 그렇게 하나의 책이 탄생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학문이든, 어떤 대상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것의 역사를 찾아보는 게 좋다. 대상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고 그래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파악하면 대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책의 책>은 나에게 책이란 도구를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역사를 좋아하기에 책의 역사, 책이 걸어온 발자취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이 내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고, 이 책은 그런 내 흥미에 훌륭하게 부합해 주었다.


책을 덮고 나서 다시보니 책이 다르게 보였다. 이전에는 지식의 전달 도구로만 생각했고 내용에 주로 감동을 받았다면 지금은 책 자체에 감동을 느낀다. 이전에 비해서 책을 만드는 과정이 비교적 쉬워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담겨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신청한 서평단에 선정되었을 때 기쁘고 설랬다. 기다림 끝에 책을 받아서 표지를 보는데 <책의 책>이라는 제목답게 범상치 않았다. 인체의 해부도를 보는 것처럼 표지에서부터 책의 각 부분에 대한 명칭이 적혀있었고 본문에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1인출판사를 생각했었고 지금은 브런치에서 책을 내려고 준비중이라 책을 만드는 과정과 용어 등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 특히 책의 제본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요즘 만년필 전용 수제 노트를 만드는 중이라 내가 사용하려는 제본 방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단점을 개선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은 항상 자기가 태어난 사회를 반영하게 마련이라서 사회가 변하는 속도에 맞춰 책도 변하고 있었다.” 257쪽에 나오는 이 문장의 말처럼 책은 항상 변해왔다. 요즘 전자책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책에 대한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던 <아기 돼지 삼형제>를 껴안고 잤던 어린 아이는 커서 책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성인이 되었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책이 우리에게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책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책의 역사와 책의 매력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김영사 출판사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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