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을 견뎌내는 법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괜찮아질 거에요.

by Argo

중학교 때 사서 선생님이 추천해주셔서 읽게 된 <공중 그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도 처음이었지만 일본 작가의 소설도 처음이라 반신반의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내 스테디셀러가 되었다(내가 읽은 책을 분류하는 방식 중 하나로, 스테디셀러는 최소 5번 이상 읽었고 1년에 한 번 이상 다시 읽는 책을 의미한다).


괴짜 정신과의사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쾌한 필치로 발랄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웃다가도 허를 찌르듯 훅 치고들어오는 느낌표에 마음이 따듯해지는 소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마지막 장인 <여류작가>에 나온다.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모두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간다.


양극성 장애와 함께하다보면 "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약물 부작용과 씨름하고 달라진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려고 애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책을 비롯해 그동안 나에게 힘을 주었던 사물과 사람들을 찾는다. 거기서 위로와 위안, 용기를 얻어 다시 힘을 내본다. 특히 우울증 상태일 때는 이런 과정이 절실하다.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만 보이는 시기인 우울증 상태에서 힘을 얻을 만한 무언가가 없다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 꽤나 힘들었던 탓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몇 번째 읽는 건지 모를 정도로 많이 읽어서 스토리도, 등장 인물의 직업도 기억나지만, 읽을 때마다 웃고 우는 건 여전하다. 이렇게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며 300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또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는 그런 기분이 든다.


양극성 장애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괜찮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지금 힘들고 절망스러운 게 당연하고 괜찮은 거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앞으로 - 비록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 괜찮아질 수 있으니까 조금만 힘내서 버텨보자고.





IMG_7029.JPG 얼마 전에 구입한 만년필로 써봤다. 모나미 올리카EF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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