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건너온 아들의 속마음

안방에서의 동거

by 마들림

며칠 전부터

더벅머리에 인중에는 거뭇거뭇 수염 자국도 있고, 키는 나보다 더 큰 아들이 내 옆에서 자기시작했다.

좁다~ 참으로 좁다.

본인도 불편할 텐데 굳이 몸을 세우고 꿈틀대면서 비집고 들어와 자세를 잡고서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침대 위에 남편과 아들과 함께

안방에서의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엄마~ 안아줘"

라고 하면 내 미간은 주름을 잡으며

당황해하고 있지만

꼭 안아준다.


아기 때는 품 안에 쏙 들어왔는데

이제는

내가 아들품에 쏙 들어가게 생겼다.

조금만 더 크면

안아달란 소리는 돈 주고도 듣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나는 손으로 아들의 이마를 슬쩍 밀어내며

요즘 학교생활은 어떤지

여자친구는 잘 있는지

게임 발로란트는 오늘도 했는지

묻는다. 그럼 아들은...


담임선생님이 키가 엄청 크신데

운동도 엄청 잘하신다고 학교에서 제일 멋지단다.

여자친구는 엄마보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쁘고 다 예쁘다며

여자 친구자랑을 또 한다.

게임 얘기할 때는

어두운 방이 아들의 반짝이는 눈 덕분에

환해지는 것 같다.


수학학원을 이틀이나 땡땡이친 아들에게 물었다

공부는.. 어때?


책상 앞에 앉으면 집중이 하나도 안되고

멍~ 해진단다.

머릿속에는 다른 여러 가지 생각들로 가득 찬단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코 골며 신나게 자고 있는 남편에게로

뱉었다.


우리 아들은 학원을 다니나 안 다니나

성적이 늘... 낮다. 아주 낮다.

내 평생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점수를

우리 아들은 보유 중이다.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하지만

안 한다

너무 안 한다.


그러고는 아빠 얘기를 꺼낸다.

아빠는 왜 자기한테 말도 안 걸어주냐고 얘기한다.

이번에 여행 갔을 때도 자기 보고는 웃어주지 않더란다.


마음이 아려온다.

큰 바위가 심장 위를 꾹 누르고 있는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표현도 못하고, 여행 내내 아빠의 표정만 살폈을 아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고 짠하다.


아빠의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무시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신경을 쓰고 있었다니...

공부 말고는 세상 걱정 없는 아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어떤 아들로 생각하고 지내온 걸까?

아들은 몸도 마음도 부지런히 커가고 있지만

내 생각 속의 아들은

여전히 5살 아이로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남편은 아이들에게 말을 잘 안 건다.

밥 먹을 때도, 외출해서 돌아와도

먼저 다정히 아이 안부를 묻는 경우가 없다.

대신 질문에 대답은 해준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시댁에 갈 때마다

남편 A/S 여부를 묻고 싶은 나에게

아들 자랑하시는 어머님을 보고 있으면

따져 물어보고 싶다.


나도 시어머니가 되면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게 될까? 정신 똑띠 차려야겠다



남편은 사춘기 아이들에게 자신의 거친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될까 봐 말을 못 하겠단다.

가벼운 대화정도인데

무슨 거친 말이 나온다는 건지..


"공부는 안 하고 폰만 하는 아들이

못마땅한 거면서..."

남편 등짝을 때려서라도

이 꼬여있는 생각을 끊어주고 싶다.


아들에게는 아빠의 표현이 생각하는 전부는 아님을

너의 마음을 아빠한테 전달해 줄 테니

보이는 대로만

생각하지 말라고

달래고 또 달랬다.







때론 아이들이

어른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