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잔인한 엄마

저녁엔 온순한 학생

by 마들림

'일어나~ 학교 가야지~?'

'지금 나가야 될 시간이야'


커다란 대형 번데기 한 마리가 침대 위에 있다.

'안다고~ 그만 얘기하라고~'

하고서는 움직이질 않는다.

꼬챙이로 쿡 찌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즐겁고 상쾌한 아침은 개뿔

가슴속에 뜨거운 호빵 여러 개를 급하게 삼킨 듯

답답함이 차오르고, 이내 속에서 천불이 난다.

점잖은 내 입에서 십 원짜리 오 원짜리 욕이 절로 나온다.


어젯밤에도 한바탕 해서

박바가지가 된 것처럼 속을 사정없이 긁혔는데

아침에 2탄 전을 치르고 나니 주부생활이고 뭐고

소파 한쪽에 누워 불규칙한 거친 숨을 겨우 달래고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을 리는 없다.

생긴 모습은 최 씨 가문 손자가 맞다. 근데 정말 '싸가지'가 없다.

아이 둘 사춘기에 나의 정신줄은 아침부터 이리저리 휘날린다.



한참을 누워 있으니 그제야 사물이 똑똑히 눈에 들어온다.

일주일 중에 금, 토요일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치유농업사'교육을 들으러 학교에 가니

많은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다.


그건 아마도

그들의 청춘이, 그들의 열정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 되는 그 나이가

부럽고 그리워서겠다.

책을 가슴 앞에 세워 잡고 천천히

교정을 걸어봐도

채워지지 않는 것은 이미 나를 너무 잘 알아서 탈인

'메타인지'의 얄궂은 작동일까?


오늘은 특별히 온라인에서 먼저 인사를 한 적이 있는 교수님을 만나게 되는 날이다.

여러 교육생들이 있어서 집에 갈 때 '저예요~'라고 이야기하려 했더니

교수님께서 먼저 1교시가 끝나고 찾아주셔서 너무 반가웠다.

치유 농업을 배우러 왔는데, 정작 흙을 만지기도 전에 교수님의 따뜻한 아는 체에

내 마음이 먼저 치유받고 있었다.

아침엔 아들에게 꼬챙이를 들고 싶던 잔인한 엄마였는데,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는 이곳에선 세상 인자하고 온순한 사람이 된다.


서로 손잡고 웃고 하다 보니 어제에 이어 아침까지 이어진 전행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이 지금 나에게는 만병통치약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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