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외워바
밤 11시를 훨씬 넘긴 시간.
속도 모르고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는 녀석이다.
10시까지는 들어오라고 했다.
들어와야 한다고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소리쳤다.
역시나 내 말은 아들 넘 등 뒤에서 끝났다.
국어 공부를 한답시고 가방을 메고 나갔다.
늦은 밤 기어들어온 아들 얼굴에는
땟구정물 자국이 진하게 그려져 있다.
어디서 뭘 했는지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다.
공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발 꼬랑내...
온 집안뿐 아니라 내 머릿속까지 절여버린다.
짜증이 확 오르지만,
수만 가지 갈등을 뒤로하고
일단 참아 본다.
고3이라 '고삼차'라 불리는 딸아이 방에서는
명랑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고3이 이렇게나 여유롭고 즐거울 수 있나?
역시,
내 딸은
나에게 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머리가 보글거린다.
마음도 뚝딱댄다.
어떤 자세로 있어도 편치 않다.
나도 모르게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내 집에 잠시 머무는 손님이다'
'조금 있음 군대 갈 녀석이다'
요즘
'치유농업사'에 빠져서 열공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끊임없이 올라와 얼음물을 들이켜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래도
오늘이
추억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