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다시, 심장이 말랑거리다

치유복지사를 꿈꾸다

by 마들림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을 앞둔 전날 밤이 떠오른다.

공들여 싼 가방을 몇 번이나 확인한 뒤에야

겨우 이불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버스가 출발하자

마이크를 쥐고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는 것부터

수학여행의 꽃인 캠프 파이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묻지 마 관광을 연상케 하는

정체불명의 댄스파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두 손으로 콩닥거리는 심장을 꾹 눌러보았지만,

자꾸만 새어 나오는 설렘이 나의 잠을 깨웠다.


어린 날,

내 소원은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어른이 되면 지금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이 마법처럼 사라질 거라 믿었다.

그렇게 바라던 어른이 되었지만,

어느샌가 나는 '심장을 말랑거리게 하는 설렘'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 문득 속상해졌다.


그런데 어제,

나는 내일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처럼

잃어버렸던 설렘을 다시 만났다.


아껴두었던 삼색 볼펜을 챙기고,

책을 담아 올 가방을 준비했다.

아직은 초보운전 딱지를 떼지 못한

서툰 운전자이기에,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몇 번이나 검색하고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콩닥 거리는 심장을

두 손으로 꼭 누른 채 눈을 감았다.


"오빠~ 나 지금 학교 가야 하는데... 앞에 대형차들이 막고 있어서 못 나가.

빨리 내려와서 차 좀 빼주면 안 될까? "


나의 다급한 전화에 남편은,

삐죽거리는 머리를 하고 아들이 입다 던져 놓은 바지를 대충 주워 입었는지 바지통이 다리를 조이는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창피함을 느낄 새도 없이 대강 "고마워!" 외치고는 서둘러 출발했다.


전날 과하게 설렘을 즐긴 탓에,

첫날부터 지각생으로 눈도장을 찍을 뻔한 아찔한 아침이었다.


너무 기대했던 '치유농업사' 교육 첫날,

강의실에는 이미 많은 분이 와 계셨다.

모두 각자의 목적을 정확히 가지고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기가

차가운 강의실을 뜨끈하게 데우고 있었다.

학창 시절엔 절대 없었던 '발표'를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지만 대견했다.


오늘처럼 8시간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은 적이

내 인생에 또 있었을까?

만약 나 혼자였다면,

낯선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을까?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관성도

쉽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 만에 다시 학교 캠퍼스를 걷고 있으니

꼭 대학교 신입생이 된 것만 같아

다시 한번 심장이 말랑거렸다.





설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잊고 있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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