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에게 얻어온 평화
뽀글한 머리가 여기저기 삐죽거리든 말든
소파에 멍하니 앉아 아침 햇살을 찾았다.
어라?!
아침부터 재들이 왜 왔지?
나는 평소 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특히 비둘기는 발 색깔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순수함이 있던 어린 시절,
집 근처에서 흙놀이하며 놀다가 죽은 새를 발견했다.
작고 여린 새가 천사로 태어나길 바라면서 친구랑 땅속에 묻어 주기로 했다.
하룻밤, 이틀 밤이 지나고
천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을 거라 굳게 믿고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묻은 자리를 다시 파보았다.
천사가 되어 날아갔으니
당연히 묻은 자리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땅을 긁어댔다.
하지만,
그곳엔 수많은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죽음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 처참한 광경을 마주한 순간,
나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어쩌면 그때서부터였을 것이다.
나에게 새는 '아름다운 생명'이 아니라
언제든 흉측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우리 집을 찾아온 비둘기가
유독 더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하필 오늘은 아들의 심리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휴가까지 낸 날이었다.
혹시라도 아이 마음의 상처가 내 탓은 아닐까?
무심코 묻어두었던 어떤 문제들이 사실은 곪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전날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당황스러운 비둘기 부부 앞에서
나는 애써 마음을 돌려보기로 했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니 우리 집에도 곧 평화가 오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꿈보단 해몽'이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어수선한 내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아들의 마음을 지키고 나의 불안을 재우기 위해
생각이 깊어지는 날이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했던가?
결국,
내가 먼저 괜찮아져야
우리 아이도 비로소 괜찮아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창가의 비둘기를 내쫓는 대신
내 마음의 불안부터 먼저 털어내 본다.
느리지만
부지런한 너의 시간들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