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너머 최고의 투자

by 누구니

내 인생의 큰 발자국을 떼었다.

박사과정을 밟기로 결심한 것이다.

대표이사가 나의 겸임교수 허가를 거절한 날...

나는 분노를 품고 컴퓨터 앞에서 2026년 3월에 당장 입학할 수 있는 학교를 검색했다.

지난 1년 넘게 '어디에서 박사를 밟을까','할까 말까'를 반복하던 나의 고민은 하루만에 사라졌다.


올해 당장 들어가서 가장 빨리 공부를 끝낼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다행히 추가 모집을 하는 인근 지역의 몇 학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 하루 만에 세곳을 다 가보고, 본격적인 입학 준비에 들어갔다.

박사과정은 입학은 쉽지만, 학위를 받는게 쉽지 않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특히 나의 연구를 함께해 줄 주임교수님이 중요하다는 말에 나는 입학처에 적혀 있는 전자우편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지금까지의 나의 간단한 이력과 연구주제, 그리고 향후 목표 등을 적어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돌아왔다.

"메일보다는 통화를 하는게 좋겠습니다."

라는 메세지와 함께 주임교수님과 통화를 했다.

그 분의 질문은 크게 두가지였다.

"어떻게 우리 학교 알았는지? "

"이미 해당 분야에 경력을 충분히 쌓았는데 이제 와서 학위를 따려는 이유는? "


최근 겪었던 겸임교수 일을 이야기하자 교수님은 담담히 말씀하셨다.

"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이셨다.


입학을 결심한 뒤에는 장학금 여부를 알아보았다.

교수의 추천과 연구 논문, 그리고 학사와 박사 모두 일정 기준을 넘어야 한다는 복잡한 조건이 붙어 있었다.

남은 일주일 동안 나는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지난 경력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입학지원서와 함께 장학금 신청서도 제출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학사 성적....기준에 딱 0.1점이 모자랐다.


스무 살의 내가 남겨놓은 숫자가 마흔이 넘은 지금의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잠시, 고민이 밀려왔다.

“그 나이에 박사 따서 뭐 하려고?”

박사 진학 소식을 전했을 때, 응원 대신 걱정을 건네던 엄마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수천만 원의 학비, 적지 않은 시간, 한창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아이들까지...

‘정말, 박사를 지금 해야 할까.’


결국 나는 선택했다.
주식도, 달러도, 부동산도 아닌, 가장 확실한 자산에 투자하기로.

바로 나 자신.

시세에 따라 오르내리지도 않고,
외부 변수에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을 자산.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가치를 올릴 자신이 있는 유일한 대상...


나는 여전히 아이들의 진로만큼

내 자신의 미래가 궁금하다.

이 선택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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