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속 나

by 누구니

박사과정의 새학기가 시작되고, 매주 아트테라피 수업을 받게 되었다.

두번째 수업 시간, 교수님의 요청으로 나는 딱딱한 교실에서 낯선 원우들과 함께, 하얀 마스크 속에 스스로를 가린 채 어색한 움직임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때 연기와 태권도로 몸을 쓰는 일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나의 20대를 지나, 어느덧 일상적인 루틴에 갇혀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마스크 뒤의 나는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었다.


뒤이어, 막대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사람들과 손을 마주하고 교감하던 시간은, 돌이켜보면 과거의 나에게 매우 익숙했던 연극적 움직임이었다. 그럼에도 20여 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그러한 작은 움직임조차 낯설어하고 있었다. 수업 중 문득 이를 자각하는 순간, 그 사실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과거의 나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나이라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과 경험의 층위 속에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생각보다 큰 간극이 생겨났음을 느끼게 되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교수님의 안내에 따라 이어진 새로운 움직임 속에서 나는 잊고 있던 감각과 감정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시간은 단순한 움직임의 경험이 아니라,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불러내는 과정이었다. 익숙함 속에 머무르는 동안 조용히 사라졌던 감각들이 낯선 움직임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어색함을 지나 마주한 작은 변화는 지금의 나를 조금 더 확장시키고 있었다.


동시에, 이제 겨우 세 번째 만난 원우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나라는 개인을 넘어 새로운 타인을 내 삶의 과정 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2026년 3월의 어느날, 박사과정이라는 새로운 시작에서 경험한 ‘아트테라피’ 수업은 내 안의 아픔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잊혀진 감각을 다시 끄집어내어 새롭게 재구성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과거와의 단절에 머무르기보다, 달라진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된 지금이 기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글마흔 너머 최고의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