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했던 男과 女
살아가면서 적잖은 이별을 경험하고, 그때마다 인생이 끝난 것처럼 절망적이고 그런 사랑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지. 평온하던 일상은 균형이 깨져 끊어진 기타 줄처럼 제 소리를 못 낸 채 방치되고. 헤어짐을 통보받은 쪽이라면 상황은 더 절망적일 테지.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1시간 같은 1분을 보내고, 수십 번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며 누르지도 못할 번호만 수백 번 띄우겠지. 지나간 추억을 곱씹어 떠올릴 것이며, 행복했던 한때를 사진으로 확인하며 변해버린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겠지. 쌍방이 아닌 단방향 레이더로 감지할 수 있는 모든 촉은 상대를 향하게 되는 거지.
마음만이 아닐 거야. 나도 모르게 상대의 동선을 따라 머물게 되고, 상대의 시간을 좇아 그의 장소를 흘끔거리겠지. 그렇게 어쩌다 마주친다 해도 말 한마디 못 건네고 말 거면서. 일상은 엉망인 채 시간은 더욱 더디 가는 거야. 24시간은 온전히 그를 향해서만 돌아가는 거지. 이쯤 되면 말이야. 이별을 한 게 아닌 거야. 헤어짐에 대한 납득의 과정이 없어서 헤매고 있잖아. 사랑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열패감도 동반되는 거야.
얼마간 스스로를 놔버린다고 정리가 될까?
납득의 과정 없이 가능한 일일까?
흔히 말처럼 시간이 해결해 줄까?
되돌리지 못할 과거에 매여 현재를 갉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함께 머리로는 새 출발을 하고 싶지만 가슴은 그대로 붙박여 버린 거야. 자력으론 불가능할걸? 사람을 만나 사랑이란 걸 했었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별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이별의 온도야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그 온도차에 따라 수년 아니 수십 년을 과거에 매인채 현재를 잃어버리기도 하지.
그래서 헤어질 땐 매듭을 잘 지어야 해.
서로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납득의 과정을 거쳐야지. 그런 이성이 제기능을 할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의외로 사랑과 이별의 문제야말로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야 해. 그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되고 자애의 바탕이 될 수 있거든.
이해가 있었다면 죽어도 풀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매듭지어야지. 그래야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는 거야
이별을 감지하게 되면 우선 납득할 수 있어야 해. 혼자 도저히 납득이 안되면 따져 물어야지. 그냥은 없어. 이 세상 어떤 감정에도 그냥은 없어. 설명하기가 힘들 뿐이지. 설명하기 힘들거나, 설명하기 싫거나.
글 : iris
사진 : i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