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연속
만약에 그때 내가 좀 다른 길을 선택했었더라면 어땠었을까?
빠밤 빠 바밤 빠 바밤 빠 빰 빠바밤...
음악이 나오면서 주인공은 주먹을 불끈 쥔다.
“그래 결심했어!”
90년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프로의 인기 코너였던 인생극장. 특정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다가 주인공은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때 “그래! 결심했어!”라는 명대사와 함께 주인공이 선택한 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가지 선택에 대한 결과를 차례로 보여 줌으로써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 지를 보여 주는 프로그램 이였다.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보면 기억이 더 선명해질 듯하다.
인생극장 에피소드
주인공(이휘재)은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직장상사(설운도)도 그 여자를 똑같이 좋아한다.
선택 1)
여자를 직장상사에게 양보한다. 여자는 직장상사와 결혼했다가 성격차이와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하게 되고 주인공은 직장상사의 농간에 의해 직장에서 해고당해 길거리에 나앉는다...
선택 2)
여자를 직장상사에게 양보하지 않는다. 직장상사의 음모가 적발되고 상사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승진해서 그 자리에 오게 되고 여자친구와 결혼에도 성공한다. 뒤늦게 해고당했던 직장 상가가 경비원으로 재취업해서 재회한다...
흥행요소가 있어야 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특성상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가거나 개연성은 다소 미흡하지만 그래도 인생을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메시지는 충분했던 걸로 기억된다. 인상 깊었던 건 다른 선택을 했음에도 돌아 돌아 결국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 결국은 행로가 살짝 달랐던 거지 결과는 대동소이하다는 말이다. 직선코스로 무난히 사는 삶과 굽이굽이 돌아 가는 삶. 어느 누구도 자의로 후자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터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쉽게 가게 되는 건가?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다고 해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 게 바로 이 선택의 문제이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어떤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거나 결정을 앞두고 자신이 믿는 종교에 더 의탁하거나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누구든 쉬운 길로, 더 나은 결과가 나오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인지상정이다.
태어나서 유치원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진로, 학교, 직장, 결혼과 같은 일반적인 상황 외에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다소 예외적 상황에 놓이는 등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본다면 사람의 “인생극장”은 수많은 가상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다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과학적 근거나 이론화된 데이터로 어림하는 정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 순간 무시무시(?)한 선택을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살아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나온 시간을 파노라마처럼 찍어내며 문득 생각해 본다.
...
이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면?
그때 이직을 했더라면?
내가 그를 만나지 않았었다면?
여행지에서 받았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굵직한 선택의 기로 말고도 나도 모르게 놓였던 선택의 순간들은 무수할 터!
...
생각을 해 본다.
선택이 달랐으면 인생도 달라졌을까?
물리적인 환경이야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은 여전히 나 자신이고, 설령 선택이 달랐다고 해도 삶을 대하는 방식은 비슷할 테니까. 결국 인생은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여전히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나 또한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건, 그 선택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정답은 없다. 초록 빨강의 신호등처럼 명확하게 가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위를 살피고 가야 하는 비보호 신호니까.
선택의 문제, 보다 신중해야 할 따름이다.
글 ㅣ iris
사진 ㅣ i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