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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Oct 20. 2015

연애의 기술, 밀당

몹쓸 삼류 이론

"여자 친구에게 차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음... 여자 친구에게 차이지 않으려면...

여자친구보다 덜  좋아하면 돼요.

원래 더 좋아하는 사람이 차이거든요."


이런...


늦은 퇴근 길 심야 라디오의 사연과 DJ의 답이다.

우문현답인가?  우문인지는 확실히 알겠는데, 현답인지는...


# 우문

아무리 여자 친구가 좋다고 해도 차이지 않으려고 만나 는 건 아니잖은가?

사람이 좋아지고, 마음이 깊어지면 헤어짐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안고 사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만나는 내내 이 여자와 헤어지지 않을 온갖 방법을 강구하는 건 주객전도다.

사랑하면 헤어지지 않는 거지, 헤어지지 않으려고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 현답

이 무슨 '개떡' 같은 논리야 라고 생각하지만, 씁쓸하게  끄덕여지는 고개.

사람은 가진 것에 감사하기 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애  달아하는 성향이 강하니까.

덜 좋아하는 사람은 비겁하게도 더 좋아하는 사람에게 애써 마음 쓰지 않아도 안 떠날 걸 안다.

인정하기 싫은 논리지만 맞는 말이다.


# 몹쓸 밀당

연애의 기술, 밀당이다.  

자고로 연애는 밀고 당기는 걸 잘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건  연애질이지 사랑은 아니라고 본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상대의 본질을 알고, 교감하는 데 밀당이 웬 말인가?

밀당에 저당 잡힌 관계는 진전이 없다.  언제나 그 자리, 제자리 걸음이다.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잰걸음으로 내내 종종거리다 헤어지고 말 관계다.


'아니올시다' 하고, 반박(?)의 사연을 보낼까 하다가 말았다.  

DJ가 웃자고 던진 말에 내가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라...

이 몹쓸 삼류 이론처럼 내가 더 좋아했다 실패했던 사랑이 떠올랐다. 밀당을 잘했으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오는 내내 헛 웃음이 나왔다.

난 밀당을 잘 못한다.

밀지도 못하는데, 당기는 건 더 못한다. 

근데, 그런 건 못해도  상관없다.   왜?


사랑은 가슴으로 하는 거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니까.


 


 ㅣ iris

사진 ㅣ iris, 국제 탈춤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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