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삼류 이론
"여자 친구에게 차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음... 여자 친구에게 차이지 않으려면...
여자친구보다 덜 좋아하면 돼요.
원래 더 좋아하는 사람이 차이거든요."
늦은 퇴근 길 심야 라디오의 사연과 DJ의 답이다.
우문현답인가? 우문인지는 확실히 알겠는데, 현답인지는...
# 우문
아무리 여자 친구가 좋다고 해도 차이지 않으려고 만나 는 건 아니잖은가?
사람이 좋아지고, 마음이 깊어지면 헤어짐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안고 사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만나는 내내 이 여자와 헤어지지 않을 온갖 방법을 강구하는 건 주객전도다.
# 현답
이 무슨 '개떡' 같은 논리야 라고 생각하지만, 씁쓸하게 끄덕여지는 고개.
덜 좋아하는 사람은 비겁하게도 더 좋아하는 사람에게 애써 마음 쓰지 않아도 안 떠날 걸 안다.
인정하기 싫은 논리지만 맞는 말이다.
# 몹쓸 밀당
연애의 기술, 밀당이다.
자고로 연애는 밀고 당기는 걸 잘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인간과 인간이 만나 상대의 본질을 알고, 교감하는 데 밀당이 웬 말인가?
밀당에 저당 잡힌 관계는 진전이 없다. 언제나 그 자리, 제자리 걸음이다.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잰걸음으로 내내 종종거리다 헤어지고 말 관계다.
'아니올시다' 하고, 반박(?)의 사연을 보낼까 하다가 말았다.
DJ가 웃자고 던진 말에 내가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라...
이 몹쓸 삼류 이론처럼 내가 더 좋아했다 실패했던 사랑이 떠올랐다. 밀당을 잘했으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오는 내내 헛 웃음이 나왔다.
난 밀당을 잘 못한다.
밀지도 못하는데, 당기는 건 더 못한다.
근데, 그런 건 못해도 상관없다. 왜?
글 ㅣ iris
사진 ㅣ iris, 국제 탈춤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