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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Dec 02. 2015

삶의 신호들

출근 길, 주유 경고 램프에 불이 들어와 있다.
늘 연료량을 체크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넋 놓고 있다가 램프를 마주한다.  신호다.
“남은 연료로는 얼마 못 가니까 얼른 기름 채워”

일종의 리마인드인 셈이다.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진일보한 IT 기술은 우리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방전, 만기, 임박 등 다양한 종류의 알림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알아서 해주니 편하고 잊어버려서 낭패 볼 일은 훨씬 줄어들었다.  

날짜나 데이터를 근거로  전달받을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신호들은 인지가 되니 다행이다.  


문제는 살면서 쉬이 인지 되지 않는 삶의 신호들이다.  "지금 조심하지 않으면 큰 병이 되고 말 거라는 건강에 대한 적신호,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신호, 너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억울하지 않겠어 정도의 삶에 대한 환기 신호..."


인생의 전환기에나 올 법한 삶의 신호들은 대개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온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신호들은 좀처럼 자각해서 낚아 채기가 어렵다.  일이 터지고서야 알게 되는 게 부지기 수이며  신호를 놓쳐서 일은 이미 벌어졌지만, 내가 신호를 놓쳤던 건지도 당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자아에 대해, 타인에 대해, 삶에 대해 끝없는 성찰을 하지 않고 서야 인생의 적신호를 알아차려 브레이크를 밟기란 쉽지 않다.  


어느 날 돌연 자신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거나,

나와는 무관하게 일상이 흘러간다거나,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가 의문이 드는 날,

그런 날은  한 번쯤  장고해 봐야 한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그리고 남은 시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나는 과연...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관습의 줄에 들어 같은 대열 속의 타인들을 흘끔거리며 그렇게 떠밀려 내 차례를 기다리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한 채 잘 포장된 모습만 보여주려 살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포장하기위한 고된 행동과 시간들은 과연 나를 위한 것이었는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문제의 원인에 나를 밀어 넣어 자학하지는 않았는지. 남들에게 사랑받길 원하고, 나를 미워하지 않길 바라면서 정작 스스로에게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였는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눈앞의 급급한 현실만 좇고 있는 건 아닌지.


여행을 다니면서 이륙한 비행기 창너머로 하늘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생각이 정리가 될 때가 많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사고는 언제고 날 수 있고 얘기치 않게 죽을 수도 있으니까. 내 몫으로 놓여진 삶을 진중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  나도 돌아보고 소중한 사람들도 돌아보고 그렇게 자주 돌아 보고 살자는 말이다.


신호도 놓치지 말고…



 ㅣ iris

사진 ㅣ iris, My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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