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
2010년부터였나 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한지가 어느덧 6년이다.
처음 회사에서 지급받은 기종이 삼성 갤럭시 S였고,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성향상 지금까지 같은 기종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쭉 사용해 왔다.
삼성폰, 그러니까 안드로이드 계열의 스마트 폰들은 대부분 Back 하는 UI 가 우하단에 위치하고 있다.
무얼 실행하든 취소하거나 돌아가고 싶으면 이 Back 버튼을 터치하면 되는 구조였다.
그냥 익숙한 채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을 자석처럼 돌아가기, 돌아가기를 터치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6년여 몸에밴 Back 버튼 기능이 없어졌다.
아이폰, 어제 오늘 사라진 Back 버튼의 순백 영역을 수십, 수백번은 헛 터치를 한 듯하다.
헛손질 후 '아' 하고 탄식을 하면서도 5분 아니 불과 1,2분 후 다시 여백 터치.
물고기가 3초 만에 물었던 낚시 바늘을 또 문다더니 딱 내가 그 꼴이었다.
'익숙하지 않아서겠지'하고 자위하면서도 얼마나 오랫동안 헛손질을 해댈까 싶어 피식 헛숨이 새어나온다.
익숙해지고 습관화되는 여러 가지 중 몸이 기억하는 영역은 이성의 제어 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듯 싶다. 우리 몸에서 보내는 신경의 신호를 받아 움직이는 감각기관처럼 몇 년을 하루 수백 번씩 반복했다면 이건 습관이라기보다는 본능이 됐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나에게 너의 손이 닿은 후
나는 점점 물들어
너의 색으로 너의 익숙함으로
나를 모두 버리고
여느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그 익숙함에 내가 물이 들었나 보다. 어디 비단 그 하나뿐이랴.
살아가다 보면 수만 가지 익숙함에 물이 드는 걸. 기계에 물든 나야 버렸다가 다시 주워 올 수 있을진대, 사람에 물들면 답이 없겠다. 노래를 듣다 보니...
손끝으로 파고와 목을 스친 상처로
심장 안에 머물며 나는 이제 너에게
물들어.. 너의 사랑 안에 나는
물들어.. 벗어날 수 없는 너의 사랑에
나를 모두 버리고..
커져만 가는 너의 사랑 안에 나는 이제..
물들어..
핸드폰 바꾸고 헤매다가 결국 사랑 타령으로 맺음이다. 이제 아이폰에 물들어야 할 때! 나를 버리고라도 빨리 익숙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