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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주연 바둑영화 [승부] 리뷰

by 시안
common.jpeg 영화 [승부] 스틸컷

최근 재밌다는 소문이 자자한 영화 [승부]를 보고 왔다. 영화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병헌 배우. 그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말하면 입 아프지만 특히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재규를 모티브로 한 인물을 연기하며 차지철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안면근육을 일그러트리는 연기는 경의로웠다. 아무튼 나는 바둑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바둑에 대한 관심이라 하면 2016년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이세돌이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판 승리한 것을 인상 깊게 기억하는 정도다. 경기를 앞두고 구글의 CEO 에릭 슈밋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했다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이 영화는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충분히 재밌고, 특히 조훈현과 이창호의 활약을 지켜봤던 세대라면 정말 흥미롭게 볼 것 같다. 최근 극장에서 [하얼빈], [미키 17], [승부]를 봤는데 그중에서 [승부]가 단연 제일 좋았다.



common (2).jpeg 영화 [승부] 스틸컷

이 영화는 1990년대 천하의 맞설 상대가 없었던 바둑의 신 조훈현과 그의 내제자로 들어가게 되는 이창호의 실화바탕의 이야기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흡사 소년만화 같은 이야기가 20~30대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준다. 그들의 이야기를 얼추 알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영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나보다 뛰어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 조훈현의 복잡한 심경, 일단 천재가 태어나야 하고 거기에 무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성의 정수를 보여주는 숭고한 스포츠 바둑. 영화는 악역도 없고, 죽고 사는 일도 없고,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도 아닌 바둑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시대를 뛰어넘는 드라마를 보여준다.



1시간 55분의 영화는 중반부 살짝 긴감이 있는데 지루할 정도는 아니고, 초반호흡이 빨라서 몰입도가 좋았다. 중반의 클라이맥스에서 심리묘사가 예술이었다. [남산의 부장들]을 보고는 내가 김재규가 된 듯한 심정으로 왜 박정희를 암살하고 중앙정보부로 가지 않고 육군본부로 갔을까를 생각하는 밤을 보냈다면, [승부]를 보면서는 내심 이창호가 조훈현을 꺾지 말기를 바랐다. 이러한 과몰입, 체험의 경험은 실화 모티브의 영화의 장점이고 연기의 힘이겠지. 이 좋은 봄날,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보면 참 좋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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