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출국 D-5, 짐 속에 담긴 것들

2015. 7. 8. (수) / 한국 시각 21:20 / 맑음

by 이운수

출국까지 D-5.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조금씩,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어제는 빨래를 하고, 오늘은 본격적으로 짐을 꾸렸다.
옷, 신발, 세면도구, 노트북, 책... 8개월을 살 그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차곡차곡 캐리어에 담는다.

그리고,

아내가 챙겨준 미숫가루.
“입맛 없을 때 먹어.”
그 한마디와 설탕까지 따로 소분해 넣어준 봉투들을 꺼내다 나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울었다.


'이제 진짜 가는구나.'

짐을 싸면서, 그제야 실감이 났다.

짐 무게는 정해져 있다. 캐리어는 25kg, 백팩은 18kg 이하. 하지만 ‘그리움’과 ‘미안함’은 무게 제한이 없다.
결국 캐리어는 32kg을 넘겼고, 나는 다시 몇 번이고 가방을 열었다 닫으며 가방 속에서 '지우지 못할 것들'을 골라내야 했다.


오늘 저녁은 김밥천국.

아프리카 가면 못 먹는 음식들, 부대 짬밥을 먹기에는 아쉽다.

전우들과 위병소 앞에서 음식을 받아 면회장에 둘러앉았다. 나는 김치볶음밥과 김밥 한 줄을 금세 해치우며 생각했다.
'이 맛도, 이 시간도 잠시다. 곧 그리워지겠지.'

내무실로 돌아가는 발걸음,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시간, 집에서는 임신한 몸으로 강현이를 돌보고 있을 아내.
나는 이렇게 밥 한 끼에 아쉬워하면서도 그녀는 매일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여보, 미안하고 고마워요.

몸 건강히 다녀올게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꼭, 잘 해낼게요.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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