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스무 해만에 여아도 귀해지다니
100년 만에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가고, 인권이 물질만도 못하던 그 시절은 어디 가고, 이제 사람이 없단다.
광복 둥이인 부모 세대들은 둘만 낳아 잘 기르라고 정부에서 장려해도 서넛은 낳았고, 아들 낳을 때까지 낳느라 육 공주, 칠 공주 딸 부잣집도 여럿 있었다.
대부분 주부라 다산이 가능했겠지만,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 자식이 곧 재산이라는 생각이 잔재하여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을까?
광복둥이 부모 세대들은 아들을 낳지 못하면 뭔가 부족한 듯한 사회적 시선과 스스로의 자책에 억눌리거나 여자들은 혹독한 시집살이를 살거나 남편의 바람, 배 다른 자식을 감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광복둥이 부모세대들이 낳은 아들, 딸들 X세대들은 결혼 적령기가 있었고, 또 그때가 되면 당연히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노처녀, 노총각, 취집라는 단어가 사라졌지만, X세대 여자 중에도 MZ세대처럼 직업을 가지고 남편과 자녀 없이도 당당히 홀로서기를 하며 자아실현을 한 골드 미스들이 있다.
그럼 맞벌이 X세대들은 어떻게 아이를 낳고 길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 과정을 알았다면 MZ세대들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몰라서 무모했다고?
무모해서 귀한 자녀 하나는 얻은 셈이니 몰라서 다행이었다고 치자.
심지어 많이 무지해서 둘째를 낳을까 말까를 첫째가 초등 입학 때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니.
X세대 지방출신 맞벌이 여자인 내가 둘째 낳기를 포기한 시점이 딱 우리나라 저출생,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시기라 무한 책임감이 들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럼 X세대들이 아이를 낳을 때는 사람이 귀했나?
아니다. 여자들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힘들었고 어렵게 취업해도 결혼, 출산, 양육으로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보다 경제적으로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고로 여자는 사람도 아니고, 남자만 귀한 시기였다.
남자만 귀한 시기,
비싼 수도권 집값 때문에 지방 출신 X세대 여자인 나는 맞벌이를 하며 딸을 낳았다.
만삭의 배를 보며 시할머님은 "아들이다" 시어머님은 그런 시할머님 보고 장담하시지 말라더니 정말 나는 딸을 낳았다. 50대 초반인 시어머님은 허리 통증을 앞세워 손녀를 안지도 업지도 않으셨다. 내가 어머님 나이가 되어 보니 아기를 안거나 업지 못할 정도가 아니니 아마 며느리를 섭섭하게 하여, 아들을 낳게 할 심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머님 계획은 수도권 집값이라는 큰 복병을 만나 실행되지 못했고, 손녀는 자라면서 며느리를 함부로 대하던 할머니의 말과 행동만 각인되어 '자신의 행복 추구가 최고다'인 MZ세대로
자라게 되었다.
동네 수영장 탈의실에서 할머님들이 아들 둘, 셋을 낳아 시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시집살이가 편했다며 아들 낳은 무용담을 들려주시다가 갑자기 우울해진 표정으로 딸이 없어 아쉽다,
딸 있는 사람이 부럽다고 말씀하신다.
불과 스무 해만에 여자도 귀해졌다.
사람이 부족해지니 여자도 귀하단다.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하하하
스무 해전에 정부와 사회가 머리를 맞대어 X세대들이 둘째를 낳을 수 있게 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뉴스에 나오는 저출생 대책이 그때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방 출신 수도권 거주 X세대 여자인 나는 무모하고 무지해서 모두가 조금만 도와줬어도 둘째도 낳고 지금처럼 사철 발 벗고 일하며 세금도 열심히 내며 대한민국이 G7에 드는 선진국이 되길 꿈꾸고 있을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으로 눈치 보며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얼마 전 뉴스를 보니 1970년~2007년까지 남아선호사상으로 경상도의 미혼 남성 비율이 35%에 육박한 한다고 한다. 즉 나는 1970년대 초, 경상도에서 태어났고 경상도 남자를 만나 2000년대 초에 딸을 낳았으니, 고로 귀한 사람대접을 2020년 초까지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2024년부터는 나도 내 딸도 귀한 사람이다.
실소를 금치 못 하겠다. 하하하
원래 태어날 때부터 모두가 귀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