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왜, 나는 그림책에 머무르고 있을까

아직 다 읽지 못한 질문

by 별서점 주인장

글과 그림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힘.


그건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유산이다.


어릴 적 나는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그 생각을 말로 꺼내는 데에는 서툴렀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나는 배우고 싶은 아이였지만,

공부를 가르쳐 줄 어른은 없었다.

엄마는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나서

밤이 깊어서야 돌아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365일 쉬지 않고 일하던 엄마가 쓰러졌다.

일주일간 입원한 동안 나는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잠시 병원 밖으로 나와 엄마와 함께 서점에 들렀다.

엄마는 책을 골라보라고 했고,

나는 두 권의 책을 손에 쥐었다.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그림책이었다.


엄마와 단둘이 마주한 시간,

처음으로 함께 고른 책.

그림책과의 첫 만남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되었을 때,

둘째 아이는 글보다 그림을 오래 바라보는 아이였다.


나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억지로 읽히지 않기로 했다.


학교에 들어가서야 글자를 가르쳤다.

늦었고,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는 배우고 싶어 했다.


그때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10년 안에

내 손으로 그림책을 한 권 만들어 보겠다고.


아이에게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림책에 머무르고 있다.

넘기기보다 멈추기 위해서.

아직 다 읽지 못한 질문이

그 자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