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길
《까만 코다》를 만난 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춰 있던 시간.
나에게도 숨 쉴 틈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림책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라는 시간 속에
책이 조용히 곁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고,
무엇보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 같았다.
그림책을 만들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그림책을 읽는 법,
글을 쓰는 법,
그림을 그리는 법.
강의를 찾다
‘신나는 그림책 공부’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그 강의에서
VTS(Visual thinking strategies, 시각적 사고 전략)으로
그림을 깊게 읽는 법을 알게 되었다.
짧은 네 번의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설렘은 지금도 또렷하다.
이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나 보다.
수업을 들었던 박 선생님의 제안으로
연구모임이 만들어졌다.
아무 자격도,
그림책에 대해 아는 것도 없던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학생으로 참여해도 될까요?”
그렇게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자리에
나를 놓았다.
VTS로 그림책 속 한 장면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
그 안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만나고 있었다.
연구모임을 통해,
또 아이를 키우며 만나온
공교육과 사교육, 지역 교육 선생님들.
그들이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내어주고 있는지
조용히 알게 되었다.
아이 하나 키우는 일도 쉽지 않은데,
수많은 아이들의 하루를 품고 있는 사람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머무는 교육의 자리를
믿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흔들림에도 불안해지는 현실은
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 과정 속에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잘 가르침’보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말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
부모에게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
각자의 속도와 고유함이
존중받는 자리.
아이들이
글과 그림으로
자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곳.
나는 그 공간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림책 안에 있다고 느꼈고,
그 안에 조용히 머물러 보기로 했다
그림책 속에서
상처와 불안을 어루만지며
내 꿈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문득,
언젠가 이런 시간을 나누는
작은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꿈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일은,
스스로를 또렷이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된다.
아이들과 함께 머물며
질문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공간.
작은 별처럼,
나의 앞으로의 시간을
은은하게 비춰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