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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Nov 01. 2020

중독의 시대에서 벗어나는 법

feat. 습관이 전부다

당신은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가?


나는 한때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술을 마셨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자동적으로 술자리에 어울렸고, 없는 술자리는 만들어서라도 술을 마셨다. 그야말로 365일 중 366일은 술을 마셨던 듯하다. 처음에는 친교를 한다는 목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하루를 위로받는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못하는 나였지만 '꾸준한(!)' 음주는 나의 주량을 차츰 늘어나게 했다. 나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굳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이 하루 일과의 마무리였다. 더 이상 즐겁지도 않았고 의미도 없는 술을 매일 마시고 그다음 날을 숙취로 망치는 일이 반복되었음에도 나의 음주는 계속되었다. 결국 수년이 지나고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술이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술을 거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런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손에 들려있는 술 한 잔은 그런 생각조차 금세 잊게 만들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더 원하기 때문에 불완전하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고도 과거에 가졌던 것을 바라기 때문에 몰락한다.

- 드라마 <매드 맨>에서 '돈 드레이퍼'의 대사




'변연계 자본주의'의 승리 연대기


우리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뉴런에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한번 뇌에서 보상이 크다고 인식된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그 행동이 즐겁거나 유익한 단계를 이미 지나버린 시점에도 말이다. 중독자들은 더 이상 중독 대상을 좋아하지 않게 된 후에도, 심지어 그것의 해로운 영향을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그것을 원한다.

- <중독의 시대>, 16p


현대 사회는 '중독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 담배, 마약, 섹스 등을 넘어 이제는 음식 중독과 디지털 중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사람은 왜 이렇게 중독에 빠지는 것일까?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중독의 시대> 따르면 기업들이 뇌 보상 제품의 거래를 합리화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어감에 따라 중독 행동이 점차 증가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종종 정부나 범죄조직과 공모하여 과도한 소비와 중독을 조장하는, 기술적으로는 선진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퇴보적인 비즈니스 체제를 '변연계 자본주의'라고 명명한다.


하라리는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이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거기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고 말했다.

- <중독의 시대>, 41p


이러한 변연계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중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교통과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른 경제적 변화로 접근성과 가격 적절성이 향상되었고 정제, 혼합, 포장, 마케팅 등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여 제품이 습관화될 잠재력이 늘어난 것이다. 변연계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중독 습관을 조장했다. 쉽게 말해 기업들은 고객이 중독될수록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초집중>의 저자 '니르 이얄'에 따르면 습관적으로 사용하도록 디자인된 제품에는 '4가지 주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제품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도록 디자인하면 한 이용자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수입의 총합인 '고객 생애 가치'가 증대된다. 둘째, 수요의 유연성이 감소되어 가격을 인상시킬 수 있는 더 큰 재량권을 얻게 된다. 셋째, 제품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도록 디자인하면 '입소문  주기가 짧아져서' 성장 속도가 가속화된다. 넛째, 경쟁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방어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우리는 당신을 얻었고, 그러니 당신을 탈수기처럼 계속 짜내겠다는 뜻인 셈이다.


그들은 단순한 중독의 시대가 아니라 '계획적 중독'의 시대를 열었다.
'계획적 중독'은 변연계 자본주의의 대표적 특징인  동이에 변연계 자본주의가 그것을 탄생시킨 이성과 과학의 힘을 역이용하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증거다.

- <중독의 시대>, 20p




누가 중독에 잘 빠지는가?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자란 가난한 아이들의 뇌는 여느 아이들과 구조적으로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행동을 통제하는 영역인 전두엽 피질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드러난다. 그들은 나이가 들면서 정신질환을 겪기 쉽고,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데 힘들어하며, 즉각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미래의 보상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 <중독의 시대>, 157p


어떤 강박적인 행동이 집착의 수준에 이르면, 그 사람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일자리도 얻지 못하며,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다. 고립, 실업, 낙인은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이므로 그의 중독 행동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는 것이다. 또한 국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육체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그들의 적은 수입 중 많은 비중을 담배 구입에 쓴다는 사실이 일관되게 드러났다.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전문직들은 육체노동자들보다 금연에 성공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지위와 의미 있는 직업, 배우자, 미래가 있는 사람들은 중독되거나 중독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적었다. 무엇인가 잃을 게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우리가 좋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좋은 상태일수록 중독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위와 의미 있는 직업, 배우자, 미래가 있는 사람들은 중독되거나 중독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적다.

- <중독의 시대>, 157p




습관이 전부다


행동 경제학자들은 그 반대 면을 '넛지'라 부른다. 적절한 방식으로 선택지를 제시하면, 우리 뇌는 자신에게 불리하기보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다수에 따르는 결정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내리는 경향이 있다. (...) 우리는 인간의 생물학을 약화시키기보다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우리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

- <중독의 시대>, 379p


변연계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는 이상 우리는 중독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변연계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가 어떻게 중독에 빠지는지에 대해 배움으로써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나쁜 중독으로 빠지게 하는 소음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나를 건강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좋은 중독'들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좋은 중독이란 바로 '좋은 습관'이다.
좋은 습관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다른 좋은 습관을 불러들인다. 또한 한번 습관을 만들어 본 사람은 다른 습관을 만드는데 더 수월하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핵심 습관은 '달리기'와 '독서'이다. 일주일에 5일, 한 달에 약 200km를 달리며, 독서는 매일 하고 한 달에 최소 5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물론 이 두 가지를 습관으로 만들기까지는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좋은 커뮤니티에 나를 노출시켜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약한 유대의 좋은 분들과 만나 소통하며 나의 상태를 항상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것은 이 핵심 습관이 지금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도 바쁜데 무의미한 일(나쁜 중독)들이 끼어들 틈이 있을 리 없다. 덕분에 지금은 과거보다 더 건강해지고 다양한 지식들과 배움을 통해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더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위해 좋은 것에 중독되고 나쁜 것에는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중독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이 더 나은 삶을 응원하며 이만 마친다.


우리가 반복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닌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 참고 : <중독의 시대>,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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