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 the 하트히터 Jan 10. 2021

더불어 살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feat.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도록

나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


'저 사람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답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철학적이기도 한 문제에 대한 답을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처음 사회 과학이나 심리학 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오래 지내온 사람도 본인의 욕망을 위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뒤로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매우 컸다. 믿음과 애정이 컸던지라 그 실망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직접 당사자에게 물어봐봤자 결국 돌아오는 것은 자기 합리화와 적반하장이었기에 다른 곳에서 답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누군가를 향한 물음에 다가갈수록 그 방향은 점점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한 사람일 뿐이다. 한 사람으로서 개별성을 가졌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인 경향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때가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통찰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왜 중요할까?


우리 행동의 밑바탕에 깔린 진리를 아는 것이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353p





나를 나답게 만드는 특이한 힘들


우리의 행동이 기원한 진정한 원천을 확인하면 우리가 정말로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밝힐 수 있다. 데이터에 주의를 기울이면 막연한 가정 대신 증거에 입각한 삶을 살 수 있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378p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인간이라는 존재를 형성하고, 취향, 습관, 성향, 신념, 천성을 좌지우지하는 '특이한 힘(유전자, 세균, 미생물 등)'을 유전학, 후성유전학, 미생물학, 신경학 등의 최신 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냄으로써 우리 자신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알려준다.
우리는 날 때부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요인들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요인들이 우리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이렇게만 말하면 우리는 마치 정해져 있는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일종의 생존 기계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요점은 유전자 결정론이나 운명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비록 우리가 조부모든, 부모든 그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물려받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이해하고 인정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더 나은 자아를 만들어가고 나아가서는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과학적 연구에 기반을 둔 책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지적 희열과 함께 저자의 유쾌한 입담이 어우러져 처음부터 끝까지 주 재미있는 책이다.


우리가 엄마 배 속에서 수정될 때 물려받은 유전자는 포커판에서 손에 쥔 카드패와 비슷하다.
결국 자기 손에 쥔 카드를 가지고 최선의 게임을 펼쳐 보이는 수밖에 없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31p





우리 안에 악마가 있을까?


우리의 두려움과 악마는 유전적 성향, 태아 프로그래밍, 진화적 유산, 세대 간 후성유전 등 온갖 다양한 요소로 생겨난다. 어둠으로 빠져드는 사람은 사악한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영양결핍, 중금속 중독, 머리 부상, 감염, 자가면역질환에 휘말린 것이다. 여기서 새겨들어야 할 교훈은 악마가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가 아니라 온전히 생물학에 뿌리를 둔 존재라는 점이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1234p


작게는 품행이나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들부터 크게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자들에 이르기까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의 다양한 연구는 품행이 좋지 못하거나 공격성을 띄는 사람들에게는 특정한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산모가 알코올과 담배 등에 노출되면 아이가 자라서 품행장애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놀라운 것은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의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음주를 하는 남성의 정자는 태아의 발달에 중요한 유전자의 DNA 메틸화 패턴을 바꿀 수 있다. 한 마디로 우리 안의 악마는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생물학적 공범이 있으니 그들게 면죄부를 주어야 할까? 물론 그건 아니다. 그들이 지은 죄에 대해서는 당연히 본인들이 책임을 지고 대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을 그저 사악한 존재로 경멸하고 벌하는 데만 그친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저자의 말처럼 생물학적 요인들은 전체 그림을 구성하는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퍼즐 한 조각만 보고 전체 그림을 알아낼 수 없듯이, 생물학적 요인만 보고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다. 또한 후성유전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환경적 요인들의 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대안들을 설계해나갈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이 어른이 되어 범죄를 저지르기를 기다렸다가 처벌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아직 아이일 때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돕는 것이 옳을까?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235p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도록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384p
자신과의 유전적 등가성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이기적 유전자를 향한 궁극의 반란이다. 나만 중시하는 원초적인 욕구에 저항함으로써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를 극복하고 타고난 본성이 아닌 학습한 본성에 따르는 삶을 살 수 있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388p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은 시종일관 나에 대해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타인에 대한 이해로까지 확장시켜주는 통찰이 가득하다. 나와 타인에 대한 메타인지가 높아지면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맥락에 맞는 전략과 시스템을 만들고 더불어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와 같이 있고 어떠한 환경에서 함께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생물학적 요인은 타고났을 지라도 나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노출시킴으로써 우리 자신은 변화할 수 있다. 그리고 나처럼 다른 누군가도 그러한 한계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면, 타인을 틀린 존재가 아니라 나와는 다른 존재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를 나답게 만들고 또 다른 자기 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위한 통찰을 얻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장하며 마친다.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대해 잘 알수록 인생의 여정을 헤쳐가기가 더 쉬워진다.
그리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앎으로써 자기와 닮은 구석이 없는 사람도 더 잘 이해할 것이다.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9p





* 참고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빌 설리번

매거진의 이전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