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안 좋으셨던 아버지가 떠올라 당근과 감자, 고기를 되도록 작게 자르려 애쓰다가 자꾸 칼질을 멈춰야만 했다. 눈물이 차올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걸 왜 이제 와서 한다고 지랄이냐.... 이 게을러터진 것아.... 스스로를 욕하는 말들이 깊은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다음'이 있다고, '내일'이 있다고 당연하게 믿은 날들이었다. 설마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라고 막연히 믿고 그렇게 미루다가 결국 못 건넨 것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만 내일로 넘어와 있었다. 못 드린 꽃도 카레도 다 어제에 남고, 받을 사람들의 자리는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