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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진 Jul 03. 2021

프란치스카 비어만“부모도 아이도 불완전 할 수 있어요”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 출간 프란치스카 비어만 인터뷰

‘이야기의 마법사’라 불리는 독일 출신 동화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7월 21일 서울 가회동 김영사 사옥에서 만난 그녀의 눈망울엔 장난기가 그득했다. 작가는 평생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밖에 없는 걸까? 그녀가 창조한 캐릭터인 ‘책 먹는 여우’와 꼭 닮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을 너무나도 좋아해 다 읽고 나면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어 치워버린다는 그 여우 말이다.

<책 먹는 여우>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등에서는 도서관과 서점을 돌며 책을 훔쳐 먹던 여우가 이번에 본격 작가 데뷔를 했다. ‘책 먹는 여우’의 첫 작품은 탐정 소설인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주니어김영사/ 2017년).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동화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과 함께 떳떳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가 뚜렷히 형성되지 않은 어린 독자들에겐 여우가 쓴 동화라는 점이 더욱 상상력과 호기심을 부채질 할 것이다.

“제 그림은 완벽하지 않아요”

세계적인 동화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이 인터뷰 중 강조한 메시지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였다. 그런데 조금 의외다. 16년째 아동 베스트셀러 분야에 올라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200쇄를 찍을 정도의 책을 쓴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완벽하지 않다고 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녀의 작품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를 따뜻하게 긍정하는 자세와 유머 감각이야말로 국적을 불문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영웅적 주인공만 그리면 이야기 지루해질 것…꾀 부리고 핑계도 대는 인간 모습 묘사해

Q 이번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 책 표지에 실린 한국어 타이틀을 직접 쓰셨다고요. 한국어를 써보는 것이 처음인데도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서 표현하셨어요.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국어로 제목 표현을 해야 한다고 결정이 났을 때 일단 독일어로 여우의 꼬리를 연상시키는 작업을 했고, 그걸 한국어로도 표현하려 해봤어요. 한국어를 잘 몰라서 이게 될지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 같아요. 책 제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해보니 참 재밌네요. <책 먹는 여우>도 여러 언어로 출간이 됐는데 앞으로 추가적으로 낼 기회가 있다면 <책 먹는 여우>로도 이런 작업을 계속 하고 싶어요.

Q ‘책 먹는 여우’가 이번에는 직접 책을 쓰고 저자로도 이름을 올렸어요.

이건 사필귀정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요. 첫 작품 <책 먹는 여우>가 ‘어떻게 작가가 됐는가’라는 얘기였다면, 2권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에서는 ‘작가에게 아이디어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줬어죠. 이번 책에선 작가가 이야기에서 나와서 직접 이야기를 쓰는 것을 시도했어요. 어떻게 보면 메타 영역의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저 스스로도 작가가 된 여우가 뭘 쓸 수 있을지를 알고 싶었고요. 어떻게 보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잭키 마론’이 또 다시 여우지만 ‘책 먹는 여우’와 똑같은 여우는 아니에요. ‘책 먹는 여우’의 자아가 잭키 마론에 그대로 들어가도록 설정했죠.

Q 여러 장르 중 탐정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저 자신이 탐정 소설을 너무 재밌게 읽은 독자예요. 두 번째로는 저에겐 열 살 짜리 아들이 있는데 어떤 책을 주면 집중하지 못하고 재미를 잘 느끼지 못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남자 아이들이 재밌게 쓸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 싶어서 탐정 소설이란 장르를 택하게 됐어요. 앨리스도 주연 급 조연으로 나오는데 일부러 여자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설정을 했어요. 이번 책엔 여러 탐정 소설에서 차용한 개별적 모티프를 등장시키면서 탐정 소설 장르로서 시도도 해봤죠.

Q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이제껏 가장 즐겨 읽었던 탐정 소설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주로 탐정 소설을 읽었어요. 그 때 즐겨 읽었던 탐정소설은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에요. 그밖엔 흥이 많은 할머니가 탐정으로 등장해 활약하는 <미스 와플>도 좋아했던 작품이에요.

Q 책을 읽으며 작가님의 어린 시절도 어땠을지 '꼬마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모습이 궁금했어요.

저는 어렸을 적에 정말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세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언니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났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들이 안정된 삶을 살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나눌 수 있었어요. 그 때의 시간들이 제가 창의적으로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

Q 동화책에선 보통 착하고 선한 캐릭터가 주인공이죠. 하지만 작가님의 작품엔 그런 모범적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요. 책이나 음식을 밝히기도 하고, 엉뚱하거나 게으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인물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은 없나요?

말씀하셨듯이 제 책의 주인공은 여러 측면을 보여줘요. 만약에 정말 눈부신 영웅적인 주인공만 그리면 이야기는 지루해질 거예요. 우리 스스로의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어떤 때는 게으르고, 어떤 때는 꾀도 부리고, 핑계도 대는 것이 인간이에요. 그래서 제 작품의 주인공도 그런 인간의 모습을 묘사를 하고 있어요.

부모든 아이든 실수에 대해 열어두고 얘기해야 신뢰 생겨

Q 2014년 OECD 국가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한국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를 차지해 충격을 줬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한국 학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어린이집에 이런 표어가 걸려 있어요. ‘어릴 적 받은 사랑은 평생 간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 같아요. 아이들이 생활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할 상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해요. 또, 가족은 공동체 생활이잖아요. 거기서 부모가 꼭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부모도 불완전하고 때로는 스트레스가 있을 때 그걸 아이들과 교류하고 교감하는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께서도 두 아이의 엄마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눈높이를 맞추는 거예요. 또 한 편으론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생활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게 필요해요. 부모든 아이든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서로 열어두고 얘기하고 피드백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하죠. 그럼으로써 아이와 부모 사이에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요. 물론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지만 그것 역시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려고 해요.

Q 이번에 한국에 꽤 오랜 기간 동안 머무실 거라고 들었어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실 거라고 하셨는데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 것 같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창원 세계아동문학축전’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왔는데 그리 오랜 기간 머물지 않았어요. 그런데 <책 먹는 여우>가 한국에 소개된 지 벌써 16년째잖아요. 그러다보니 한국에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됐고, 오랜 기간 인연을 맺은 상대방을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생겼어요. 그래서 이번엔 좀 긴 여행을 계획하게 된 거예요.

이번 여행에는 자동차를 렌트해서 시계 방향으로 한국을 쭉 돌아볼 거예요. 그러다보면 유명한 관광지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장소들을 만나게 될 텐데요. 모든 계획을 열어둔 상태로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거기에 오래 머무르며 구경하고 문화적인 것도 배우려고 해요. 안동. 제주, 전주, 담양 같은 지역에 갈 예정이에요.

Q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잭키 마론’을 등장시켜 작품을 쓸 계획이에요. 다음에도 다른 동화의 이야기를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전개할 예정이에요. 이번 책에서 등장하는 ‘브렘’이 사실은 <브레멘의 음악대>에서 따온 것이거든요. 그 도시를 배경으로 이번 책에 등장한 인물 중 착한 인물들은 계속 등장시키려고 해요.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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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DB 2017.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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